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성도의 삶을 살아가면서, 주의 사역을 해오면서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아주 의아하고 어이없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교회에서, 그리고 각 성도의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낯설어지는 일입니다. 성도가 교회를 다닌 지도 오래되었고 교회 역시 많은 일을 해오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는 낯설어지고 그 자리에 대신 다른 무엇인가가 놓여 있습니다. 신자 개인은 자신의 활동과 의지, 사람들과의 사귐, 그리고 출처도 불분명한 자기 계발에 놓여 있고, 교회는 그러한 신자 개인의 요구와 자의식을 지지하기 위한 온갖 프로그램과 온갖 활동들로 채워집니다. 많은 성도와 많은 사역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는 신자에게도, 교회에게도 점점 낯설어지고 희미해져만 갑니다.
몇 년 전 한국 기독교계에 소개된 마이클 리브스(Michael Reeves)가 쓴 ‘그리스도 우리의 생명(Christ Our Life)’이란 책에서 첫 페이지 맨 첫 줄에 ‘기독교는 바로 그리스도다!’라고 쓴 이 한 줄이 마음을 줄곧 사정없이 때리고 또 때렸습니다. 리브스는 그 책의 저술 목적을, 스코틀랜드의 청교도 설교자 로버트 머레이 맥체인이 자신의 친구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권면을 통해 밝혔습니다. “주 예수를 힘써 배우게나. 자신을 한 번 주목할 때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열 배로 주목해 보시게나… 마음을 황홀하게 하는 감각, 바로 그리스도와 그분 안에 있는 모든 것으로 인한 감미롭고도 탁월한 감각으로 자네 영혼을 부디 가득 채워 보시게나.”
영광스럽고 놀라운 선언인 동시에 당연한 말이지만 이 말이야말로 코로나 시대 1년을 통과하면서, 그렇게 자랑하던 국가방역시스템도 붕괴되어 가고 있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모든 공적 예배와 모임들과 교제가 흩어져 버리고 터마저 무너져 버린 모든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최우선적으로 반드시 다시 듣고 회복되어야 하는 최우선적인 진리입니다.
하나님의 완전하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성부의 사랑받는 독생자요, 천사들의 노래요, 창조의 논리요, 위대한 경건의 신비요, 무한한 생명의 원천이요, 우리의 위로와 기쁨이십니다. 우리는 이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만족을 얻고 마음의 안식을 누리도록 본래 지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성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예수를 제외한 모든 것으로 이끌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독교인들이라고 해서 그다지 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기독교 세계관, 은혜, 성경, 복음 등과 같은 것들이 그 자체로 우리를 구원하기라도 하는 젓처럼 예수와 상관없이 이런 데에 몰두합니다. 심지어 십자가조차도 우리의 관심을 얼마든지 예수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 모양의 나뭇조각에 무슨 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경이로운 일들, 중요한 개념들, 아름다운 발견과 같은 것들조차 너무나 허망하게 예수를 가장자리로 끊임없이 밀어낼 수 있습니다. 예수와 그분의 사역을 묘사하기 위한 소중한 개혁주의 신학적 개념들조차도 그 자체로 무슨 가치가 있는 것처럼 취급되곤 합니다. 하여, 마침내 예수는 단지 거대한 벽을 이루는 하나의 벽돌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의 중심이자 토대요, 신앙이라는 왕관에 박힌 보석은 어떤 개념이나 체계, 사물이 아닙니다. 기독교 신앙의 중심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여러 메뉴 가운데 우리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단순한 화제나 주제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가 없으면 우리가 가진 복음이나 체계가 제아무리 논리정연하고, 은혜롭거나 혹은 성경에 기반을 둔 것이라 할지라도 더이상 기독교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짜 얼마나 기독교적인지는 오직 얼마나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되어 있는지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리스도를 누구로 아는 지가 우리가 사용하는 복음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좌우합니다. 저는 감히 우리 기독교의 문제와 그릇된 사고의 대부분은 그리스도를 망각하거나 도외시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명백히 기독교적인 모든 것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의 삶과 사고는 여전히 그리스도라는 반석에 정초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일찍이 영국의 위대한 청교도 토마스 찰머스(Thomas Chalmers)는 그 시대나 이 시대뿐 아니라 모든 시대 모든 그리스도인이 모든 환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처방책을 이렇게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자기 도덕성이나 자기 훈련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절대적인 아름다움과 탁월성을 더욱더 바라봄으로써 이 세상을 이겨낸다. 그들은 이 세상보다 더욱 매력적인 어떤 것, 즉 그리스도를 새롭게 바라봄으로써만 이 세상을 이겨낸다!” 전 세계 고난받는 교회들을 함께 섬기고 계시는 우리 오픈도어 가족들과 동역자들 모든 분께도 코로나 시대 1주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꼭 마음으로 간곡히 드리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한국오픈도어 공동대표 신현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