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완의 땅 헬라는 과거 헬라 문화와 철학이 싹을 틔운 곳이었다. 바로 야완의 땅 이오니아에서 시작된 철학은 그리스(아테네와 마게도냐)에서 꽃을 피웠다. 이 헬라 문화는 기독교와 강력한 융합을 통해 유럽의 중세 문화를 탄생 시켰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사도 바울이 타고 간 배에 유럽이 담겨있었다고 표현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렇게 철학과 기독교, 세상의 양대 문화가 모두 야완의 땅에서 꽃을 피웠다. 지금도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그 문화의 뿌리를 음미하러 야완의 땅을 열심히 찾아 간다. 그리스가 관광 대국이 된 이유다. 기독교 문화와 철학 뿐 아니라 자연과학도 실은 그 출발이 기원과 세상을 사색한 자연철학(Physica)에 닿아있다. 심지어 스포츠와 올림픽조차 그 뿌리는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 야완의 땅이었다. 오늘날 유럽을 주도하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등의 문화의 뿌리는 야완의 땅에 있는 셈이다. 즉 유럽에 임한 일반 은총의 문화와 문명(철학과 자연과학)과 특별 은총의 복음(기독교)이 모두 야완의 땅에서 시작되었다.
야완에 대한 성경의 예언
이사야 선지자는 야완을 장차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될 해양 민족으로 소개하고 있다(사 66:19). 야완은 다시스, 룻, 풋(Put) 그리고 두발 등과 함께 여호와의 영광과 예루살렘의 회복을 전하기 위해 여호와의 사자들이 파송될 아득히 먼 나라들 중 한 나라로 기록되어 있다. 에스겔서 27:13절은 야완이 두로의 부(富)에 기여한 자들 중 한 사람으로 암시되어 있다. 야완이 일찌감치 해양 도시 국가 두로와 활발히 교역하던 지역이었음을 암시한다. 스가랴 선지자는 야완의 자식들을 치기 위해 시온과 유다와 에브라임의 자식들을 격동 시킬 것이라 했다(슥 9:13). 이 예언은 분명 다중적이다.
창조주 하나님과 신앙을 대적하는 세상의 견고한 진도 언젠가 육적 헬라처럼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다. 세상과 생명은 그렇게 늘 허망한 것이다. 알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미련이다. 인간이 느끼기에 세상의 역사와 흐름이 늘 지루하고 느린듯하나 결코 무한정 지루하고 느린 것은 아니다. 세상은 보기보다 내적으로는 늘 역동적이다. 그 속에서 하나님은 잠잠히 하나님의 때를 기다릴 뿐이다. 즉 그 날은 인간이 보기에 도적처럼 올 것이다.
야완의 현실과 미래
그렇다면 야완의 후손 헬라의 미래에는 어떤 길이 열려 있을까? 헬라 지역이 너무 과거의 찬란한 영화에 사로 잡혀서 일까? 오늘날 그리스 지역은 세계를 주도한 문명과 문화의 주도권을 내 주고 극심한 경제적 침체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신앙은 때로 역설적이다. 환란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게 한다. 헬라는 문화적 자존심이 남달리 강하고 유럽의 관문에서 사도 바울이 전한 복 된 소식을 맨 먼저 받아들였던 영적,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다. 이 민족이 경제적 불황으로 인해 구겨질 대로 구겨져 버린 자존심을 회복하고 다시금 신앙의 빛을 회복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는 때는 과연 언제쯤 일까? 사실 모든 것은 하나님이 섭리하신다. 특별히 하나님은 사람을 주목한다.
최근 코로나19의 펜데믹 공포 속 인류는 뜻밖에도 야완의 저력을 다시금 소환하였다. 세상의 바이오 전문가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올인’한 가운데 드디어 최종 임상 시험을 통과한 최초 백신이 나왔다. 바로 화이자 백신이다. 이들이 개발한 백신은 지난 11월 최종 임상시험에서 95%에 이르는 예방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식은 1년 가까이 지속돼온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인류가 승기를 잡을 것이란 기대를 확산시켰다. 덩달아 주목을 받은 인물은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59)였다. 불라는 ‘세상을 구한 그리스인’이란 칭송까지 받았다. 그는 바로 그리스 제 2도시요 마게도냐 중심 도시인 데살로니키 출신으로 그곳의 아리스토텔레스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사람이다. 데살로니키는 그리스 제 2 도시이기는 하나 겨우 부산의 10분지 1 규모의 도시에 불과하다. 경제적 시련 속에서도 야완의 저력은 여전히 꿋꿋하다.
위기를 기회로
남유럽 라틴 민족의 경제 위기는 신앙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소망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그때 하나님의 사람이 필요하다. 신비스런 수도원 마을 그리스 메테오라에서 주일날 자신의 작은 교회로 예배드리러 오라던 시골 아주머니의 간절한 눈빛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예배당 내부를 살펴보니 정말 아주 작고 오래 된 예배당이었다. 물론 우리 한국의 예배당과는 다른 그리스 정교회의 모습을 갖춘 예배당이었다. 야완의 땅을 선교하면서 사도 바울은 어떤 교회와 예배를 소망하였을까? 남유럽에 제 2의 사도 바울 같은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야벳을 창대케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영적, 육적으로 야완에게서 리바이벌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조덕영(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Th. D., 전 김천대-안양대-평택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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