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질 문제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과거 '구의역 김군' 발언 등 후보자의 부적절한 처신과 언행을 이유로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후보자의 편향된 이념과 특목고에 진학한 딸의 '아빠찬스'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의 과거 인식이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후보자가 주택, 도시 전문가로 장관 적임자임을 부각했다. 야당의 각종 의혹 제기들에 대해선 근거없는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변 후보자의 과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선 여야 의원 모두 질타했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건이 얘기가 많이 나왔다. 김군의 사망과 관련해선 후보자가 하신 내용은 경위 여하를 불문하고 지극히 잘못된 것이고 국민들도 아파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한번 더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변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전부터 "제 발언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으나 야당은 "위기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동기", "사과쇼로 비쳐진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김군 어머니의 육성을 들려주며 "'본인의 실수와 부주의로 죽었다'는 후보자의 인식이 '내 아들을 죽이고 내 삶까지 빼앗아갔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다. 역지사지로 부모의 입장이었다면 용서가 되겠냐"며 "생명과 인권 감수성이 박약하고 차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절대 중요한 정책 결정 자리를 내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순간적인 실수나 막말이라기보다 특권의식에서 기인된 가치관과 인성의 문제"라며 "집 없는 사람들의 서러움이나 서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 약자를 무시하고 가난한 사람을 핍박하는 장관은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변 후보자 신상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후보자가 토지 공개념에 찬성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일반 국민들은 반자본주의 성향을 가진 분이 국토부 장관이 되면 불안하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상훈 의원은 딸이 특목고 입학을 준비한 봉사활동 일부가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후보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관에서 이뤄진 점을 들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우리가 봤던 익숙한 장면, 엄마아빠 찬스의 하나가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헌승 의원은 "SH사장이나 LH 재직 당시 후보자와 연관되는 단체나 지인들에게 연구용역이나 일감을 몰아줬고 실제 이런 분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갔다"며 "후보자가 코드가 맞는 사람만 심고 거기에 용역을 준다는 우려가 높기 때문에 장관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송석준 의원은 "녹색드림협동조합의 SH 태양광 실적이 제로였던 것이 변 후보자가 이사장인 허인회씨와 만난 이후 2016년 190건, 2017년 1090건, 2018년 1515건으로 늘었다"며 태양광 사업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추궁했다.
후보자의 세금 체납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희국 의원은 "2000년부터 금년까지 3개 차량에 대해 주·정차 위반으로 과태료 미납 2건, 지방세 체납 5건, 환경개선부담금 체납이 4건 등 총 12건"이라며 "국토부 장관이 되려는 후보자의 도덕적, 법적 수준이 이정도인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통탄할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며 야당의 주장을 일축하고 변 후보자를 엄호했다.
문정복 의원은 후보자 딸의 봉사활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실제 원하는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중학교에서 했던 봉사활동 내역을 보니 해당 단체에서 활동했던 내용은 빠져있다. 진학을 원했던 고등학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다"며 "당시 중학생이던 딸의 블로그를 하나하나 꼬투리 잡고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치사하다"고 일갈했다.
변 후보자도 "본인이 블로그에 초안을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봉사활동 실적에도 잡히지 않았다"며 "지원한 고등학교에는 최종적으로 불합격했다"고 답했다.
변 후보자의 SH 사장 재직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장경태 의원은 "차기 사장 인사, 근무 태만, 업무 기피 등으로 인한 승진 과정에서 불만이 있었던 분들 혹은 과거 SH 사장 시절에 건설사업에 대한 청탁도 많았는데 급격히 줄어들자 불만이 고조되는 등 개인적인 원한 관계가 많았다"고 주장했고 권 후보자도 "퇴임 직전 권력 누수 현상으로 발생한 문제다. 무기명으로 투서를 해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진성준 의원은 "어떤 태양광 업체를 본인 집에 설치할 것인가는 소비자가 선택하게 돼 있다. 특혜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들에 대해선 내부 회의자료이 유출돼 생긴 문제라며 맞불을 놓았다. 소병훈 의원은 "4년 전 SH 근무 당시 회의록에 나온 말때문에 사과도 하고 문제가 됐다. 발언 내용과는 별개로 공기업 자료 유출 행태는 해당 기업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관리를 해야겠다"고 당부했다.
조오섭 의원은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냐'는 변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답게 공간의 효율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속에서 나왔던 여러 이야기"라며 "그 과정에서 다소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을 수 있다"고 두둔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