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해외에서 중단됐던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대학 자체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난항을 보인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배재대 한국어교육원(원장 심혜령)은 전국 대학 최초로 한국어능력시험인 ‘배재 모의토픽(P-MOPIK)’을 개발하고 지난 18일 중국·일본과 실시간 화상으로 시험을 치렀다. 배재대는 이 시험에서 3급 이상 취득한 학생들에게 2021학년도 1학기 정규 학부과정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는 한국에 유학을 오는 정부초청장학생의 학부과정 입학 기준과 동일하다.
그동안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려는 학생들은 세계로 퍼진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다. 한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한국어능력시험이 필수이지만 시험 자체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국립국제교육원의 한국어능력시험 지원자 및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7만5871명이 응시해 20만8482명이 합격했다. 시험이 처음 시작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응시자 수는 254만1413명, 누적 합격자는 139만8402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응시 인원이 증가해 한국어 배우기 열풍을 가늠할 수 있다.
배재대가 이날 진행한 실시간 화상 배재 모의토픽은 듣기와 쓰기를 모두 가능하게 해 실제 시험을 방불케 했다. 중국·일본 대학들은 배재대가 개발한 ‘배재 모의토픽’이 그동안 세계적으로 중단됐던 한국어능력시험을 대체하기에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카와무라 미츠마사 일본 교토 외국어전문학교 한국어학과 교수는 “한국어능력시험이 계속 취소돼 낙담하던 차에 배재 모의토픽을 치러 실전감각을 다듬고 한국 유학까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험을 치른 중국 산동성 임연발 학생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한국 유학을 준비했지만 한국어능력시험이 취소돼 낙담했다”며 “이번에 치른 배재 모의토픽 3급을 획득해 내년 심리상담학과에 입학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심혜령 배재대 한국어교육원 원장은 “배재대가 추구하는 글로벌 캠퍼스 구축과 한국 유학을 꿈꾸는 외국인들에게 시험 기회를 제공해 기쁘다”며 “온라인 실시간으로 치른 ‘배재 모의토픽’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코로나19 시대에 능력을 검증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배재대는 ‘배재 모의토픽’을 고도화해 문제은행 방식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세계 여러 국가에 홍보·시행해 학부과정에 더욱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는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