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단계 1주 남고 하루 1천명… “내년 3월까진 3단계서 완급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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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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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료체계 스트레스 심화… 피해 우려”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직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하루 150~200명을 목표로 400명대에서 시작했던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700명대 후반으로 늘어난 채 마지막 3주 차에 접어들게 돼 이번주 방역당국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매일 환자 1000명 발생을 가정해 병상을 확보하겠다며 거듭 3단계 격상 없는 억제를 위한 거리 두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쥐어짜기식 병상 확보보단 성탄절과 설 연휴 등 연말연시에 대비해 당장 의료체계가 다른 환자도 돌볼 수 있는 수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백신 접종이나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했을 때 최소한 내년 3월까지 환자 규모가 증감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강도 거리 두기 상태에서 완급 조절을 위한 전략까지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3일부터 19일까지 1주간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는 949명으로 그 전 1주간(6~12일) 661.7명 대비 287.3명 증가했다. 60세 이상 환자 수도 하루 313.3명으로 1주 전 219명보다 94.3명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8일 0시부터 시작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와 비수도권 2단계 조치는 28일 자정까지로 1주가량을 앞두고 있다. 3주간의 거리 두기 상향으로 수도권의 하루 환자 수를 150~200명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게 당시 정부 목표였다.

그러나 8일 0시 기준 416명이었던 수도권의 1주간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환자 수는 13~19일 1주간 689.1명으로 되레 1.6배 이상 증가했다. 20일 0시 기준으로 최근 1주간 추이를 보면 주말 통계가 반영됐던 14일 473명, 월요일 검사 결과가 집계된 15일 575명으로 감소하는 듯 했으나 16일부터 756명→784명→759명→690명→776명 등으로 다시 700명대 후반에서 주로 집계되고 있다.

수도권에선 대규모 집단 감염 없이 700명대로 확인되는가 하면 19일에는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수감자 184명이 한꺼번에 확진되는 집단감염 사례까지 발생해 확산세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2.5단계 상향 2주가 지나는 시점에서 정부 발표에서 하루 수도권 환자 150~200명 목표는 사라졌다. 대신 정부는 하루 환자 1000명대를 언급하고 있다.

13일 중대본은 수도권에 20일간 매일 1000명씩 환자가 발생하고 매일 500명이 격리 해제된다는 가정 아래 20일간 생활치료센터 7000병상, 감염병전담병원 2700병상, 중환자치료병상 300병상 등 1만 병상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상황에 대해 "16일부터 계속 1000명대의 환자가 발생하며 엄중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진단검사를 대폭 확대하는 가운데 환자 발생이 1000명대를 넘어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으나 반면에 환자 발생이 줄어들고 있지도 않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급격하게 증가한 상황인 1000명대 환자 수를 두고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거듭 3단계 격상 없는 억제를 위한 거리 두기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박 1차장은 "전체적으로 방역대응은 크게 강화되고 있고 의료대응 역시 빠르게 준비하고 있어 이번 주부터 조금씩 여력을 확보하며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거리 두기 3단계로의 상향 없이 현재 수준에서 확산세를 꺾을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인내하고 동참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2.5단계 적용 이후 첫 주말이었던 12~13일 수도권 휴대전화 이동량이 2448만8000건으로 지난 2월 대구·경북 1차 유행 당시 최저치였던 2451만1000건보다도 감소하면서 임시 선별검사소를 통한 검사 확대까지 더해지면 거리 두기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의료체계가 다른 질환자들을 치료하며 코로나19 치료까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000명 수준은 병상을 총동원했을 때 수준으로 이런 상황에선 코로나19 이외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에 1000명씩 발생했을 때 5%인 50명이 중환자라고 하면 300개 중환자 병상을 확보해도 6일이면 병상이 차버린다"며 "상급종합병원 병상 1%를 확보하는 식으로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식으론 의료체계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버티는 데 한계가 올 것이고 그러면 병원 내 감염이나 코로나19 이외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거리 두기 등으로 당장 극적인 환자 억제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을 수준으로 환자를 줄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임시 선별검사소 양성률 등을 보면 계속 상승하고 있고 주말에 검사 건수가 훨씬 적은데도 20일 확진자 비율이 3%까지 올라갔다는 건 지역사회 전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비수도권 요양병원 등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건 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 뿐"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중환자 병상이 부족한데 1000명에서 거리 두기를 더 해주면 유지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현실은 다를 수 있다"며 "연말연시 모임 제한 조치 없이 국민들이 모이게 하고 직장에 나가게 하면서 무증상 감염을 차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과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했을 때 내년 3월까지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거리 두기 상향을 머뭇거리기보다 유럽처럼 고강도 거리 두기 상태에서 완급 조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천 교수는 "내년 3월이 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가능하고 계절적으론 유리할 수 있지만 3월이 되도 좋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3~4월까지는 버텨야 하는데 이 상태에서는 못버티니까 3단계로 격상해서 확진자 증가 폭을 줄이고 이후에 전수검사 등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록다운'(lockdown·움직임 제재)을 했던 영국 등 유럽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크리스마스와 설 연휴 등 두번의 큰 고비에 대비해야 한다"며 "고비를 잘 넘기려면 완급 조절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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