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가 가로되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
가라사대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
땅이 그 입을 벌려 네 손에서부터 네 아우의 피를 받았은즉 네가 땅에서 저주를 받으리니 네가 밭 갈아도 땅이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요 너는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
가인이 여호와께 고하되 내 죄벌이 너무 중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
주께서 오늘 이 지면에서 나를 쫓아 내시온즉 내가 주의 낯을 뵈옵지 못하리니 내가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될찌라 무릇 나를 만나는 자가 나를 죽이겠나이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그렇지 않다 가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배나 받으리라 하시고 가인에게 표를 주사 만나는 누구에게든지 죽임을 면케 하시니라
가인이 여호와의 앞을 떠나 나가 에덴 동편 놋 땅에 거하였더니
아내와 동침하니 그가 잉태하여 에녹을 낳은지라 가인이 성을 쌓고 그 아들의 이름으로 성을 이름하여 에녹이라 하였더라”(창세기 4:9~17)
프로라이프 활동을 하게 되면서 하나님이 주신 이 말씀을 읽으면서 우리 시대가 가인과 전혀 다르지 않음에 너무 놀랐습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이 시대가 함께 중보회개 해나가는 방법 이외에는 이런 류를 이길 방법이 없다는 마음이 듭니다.
말씀 중 하나님은 여러 번 가인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아벨의 행방을 물으셨을 때, 아벨이 죽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말씀하셨을 때, 쫓아내는 벌을 주실 때, 두려움을 고백하는 가인에게 표를 주실 때 계속해서 하나님은 가인의 회개를 기다리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친절하게 계속 받아주시고 설명해주실 이유가 없으니까요.
오늘날 현대 여성들은 묻습니다. “내 몸이 아기를 지키는 도구입니까?” 그렇지만, 아기를 죽이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추적해 들어 가다보면 그 끝에 「남자와 차별받지 않을 한 사람의 노동력, 생산력」이 나옵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되어도 현재까지 남성은 불가능한, 여성만이 가능한 잉태의 축복이, 축복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물질의 생산만 못한 가치로 인정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직면하고 회개하는 것이 낙태죄 폐지 논쟁에 있어서 한국교회의 역할일 듯합니다.
낙태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 또한 가인과 같습니다. “내 죄의 벌이 너무 중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 이미 정해진 낙태죄의 벌이, 아니 낙태죄가 있는 것이 너무 중하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중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다들 변명이 있고, 변호사는 그 억울한 사연들을 법리적으로 잘 풀어서 설명하여 조금이라도 처벌에 반영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직업이고 저는 언제나 최대한 내 의뢰인의 억울함을 공감하는 변호사이길 원해왔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의 평범한 워킹맘으로서 낙태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들의 억울함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범죄자가 억울하다고 해서 모든 형법을 없앨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요? 낙태죄를 그대로 둠으로써 순기능이 있다면 존속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가인에 대한 말씀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인은 아무에게도 협박을 받은 적이 없는데, “나를 만나는 자가 나를 죽일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의 범죄가 스스로를 옭아맨 것입니다. 살인자는 본인이데, 살해당할까 두려움을 스스로, 아무도 주지 않았는데도 가지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이 죽임을 면할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주셨는데도 이것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여호와의 자신만의 성을 쌓고 거기에 자기 아들의 이름을 붙입니다.
낙태죄가 정해져 있긴 하지만 실제로 처벌된 예가 얼마나 적은지 아시는지요? 1년 동안 전국에서 10여건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고발이 들어온 사건 중에서 사안이 중대하여 기소를 안 하기는 어려운 사건만 검찰에서 기소합니다. 그런데도 이 죄를 없애자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고발의 위협을 받지 않고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은 가인과 비슷하지 않나요? 처벌건수가 너무 적고 그래서 실제로 위하력(형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형법의 기능)이 없으므로 죄 자체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저분들의 주장인데, 반대로 처벌건수도 거의 없고, 위하력이 없으면 ‘있으나 없으나’ 의미가 없는데 왜 이렇게 강력하게 폐지를 주장하는 것일까요?
하나님으로부터 떠난 사람들은 자기 인생을 자기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성을 쌓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스스로 갇히게 됩니다. 낙태죄가 없어지면 출산을 원하여도 낙태를 종용받아 낙태에 이르게 되고, 건강을 상할 수 있는 여성들이 있다는 점을 여성들은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요?
자기 힘으로 세운 성에 자기의 영광이 되는 아들의 이름을 붙이고, 완전히 하나님을 배제하는 가인의 모습을 보십시요. 이제 인간은 가인과 같이 자기의 성안에서 세상의 문화를 시작합니다. 낙태죄를 없애고 생명존중의 문화를 만들어 낙태를 막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죄가 있어도 막지 못한 성의 자유화와 그로인한 낙태, 생명경시의 풍조가 죄가 없는데 만들어 질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하시나요? 세계적 통계를 보면 낙태죄가 폐지된 나라에서 혼외자의 비율이 현저히 높고, 포르노가 합법화된 비율이 높은 것은 우연일까요?
난임으로 인해 고통 받으며 높은 비용을 내고 힘든 시술을 감당하는 여성들에게 낙태에 대한 논쟁은 배부른 자들의 싸움이 아닐까요? 장애아인줄 알고도 출산을 결정하고 아이를 위해 기도하며 매일매일 사랑으로 버티는 엄마들에게 그 생명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물을 자격이 우리에게 있기나 한 것일까요?
때로 주변에서 “도대체 왜 네가 나서냐,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응원만 해줘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늦은 나이에 남편을 만나 건강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고, 은혜로 주신 두 딸들에게 낙태라는 시대의 유산을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은 간절함에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누구를 정죄하거나 이 법을 지켜 이 땅의 정의를 수호하고 싶은 원대한 마음이 아니라 그저 내 아이들을 이 시대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나의 죄 된 본성을 밟고 일어서는 저 같은 평범한 엄마들이 더 늘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연취현 변호사(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법률정책위원, 복음법률가회 운영위원, 변호사 연취현 법률사무소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