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신학회(윤철호 회장)가 최근 미래신학연구소에서 제32회 정기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박만 교수(부산장신대 심리학)는 ‘하나님의 나라 신학으로서의 온신학’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있다”며 “첫째, 교세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고, 둘째, 한국교회의 사회적 공신력이 바닥을 치고 있으며 셋째, 교인들의 헌신과 열정이 이전 같지 않다”고 했다.
이어 “무엇이 문제일까”라며 “교회가, 예수가 선포하셨던 하나님 나라의 ‘새 인간, 새 세계’의 비전을 무시하든지 아니면 애초에 갖지 못한 채 자신을 하나의 구원의 제도 내지 조직으로 축소시켰다는 점에 오늘의 위기가 있다고 할 수 있다”며 “곧 교회는 자신을 성령의 능력 아래서 인간과 세계의 총체적 해방을 위한 하나님 나라 운동의 전위대가 아니라 영적 구원을 위한 조직체 정도로 이해했고, 이로 인해 내적으로는 비민주성과 폐쇄성 및 지적 단순주의(intellectual simplism)를 외적으로는 사회와의 단절로 인한 영향력 상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런 진단이 옳다면 오늘 교회의 위기를 타개하는 가장 중요한 길은 다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확립하고 그 비전 따라 살아가는 데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하나님 나라가 교회의 존재 목적이자 소망이 될 때 우리의 위기는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며서 “온신학은 온전한 복음에 토대를 둔 신학이요 온전하고 균형 잡힌 신학을 지향하는 신학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져오신 온전한 복음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라는 말 속에 모두 표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온신학은 하나님의 나라 신학이고 또 계속해서 하나님의 나라 신학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고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라며 “여기에서 우리는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선포자일 뿐 아니라 그 자신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 곧 하나님의 왕적 통치가 온전히 이루어진 존재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왕적 통치이다. 이런 하나님의 왕적 통치가 역사 속에 가장 온전히 나타났던 유일무이한 지점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인격과 사역이었고, 이 점에서 예수는 그 스스로 온전한 하나님의 나라”라며 “따라서 이 예수를 만나고 인격적으로 영접하게 될 때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 그 분의 왕적 통치에 참여하게 된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 나라를 일구기 위한 새로운 삶의 여정을 살아가게 된 상태를 바울은 ‘새로운 피조물(고후5:17) 이라 부르고 요한 사도는 ‘영생’(요17:3) 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몸소 하나님의 나라로 오신 예수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발견하고 그 나라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회개가 있어야 한다”며 “회개(메타노이아)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 곧 나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돌아서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일생에 예수를 만나 의롭다 함을 얻게 되고(칭의), 거듭남의 체험을 하며(중생), 이제 성령 안에서 계속된 성화의 과정을 걸어가는 전체 과정 속에 우리에게는 언제나 회개가 필요하다”며 개혁자 칼빈의 말처럼 우리 마음은 끊임없이 하나님 아닌 것을 하나님의 자리에 두는“우상 공장”과 같기에 이미 예수를 만났고 하나님 나라에 참여한 사람들도 끊임없는 회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빛 안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질 필요가 있다”며 “나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날마다 성장하고 있는지, 나는 사람들을 성별, 인종, 지역, 사회적 신분,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 존중하고 동등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는지, 나의 삶에는 하나님 나라의 기쁨과 감사가 있는지, 나는 하나님 나라의 법칙을 따라 물질 보다 생명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면서 살고 있는지, 나는 열린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 나는 하나님 나라의 법칙을 따라 미움과 폭력 아닌 대화와 희생과 인내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마침내 평화에 이르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나는 언젠가 온전히 완성될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 등 우리 모두는 이런 질문들 앞에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고 계속된 회개(방향을 바꿈)의 삶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온신학은 하나님 나라의 신학이다. 그리고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 신학에 집중할 때 한국교회의 많은 문제와 위기는 극복될 단초를 가질 수 있다”며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이 은혜로 가져오시는 새로운 인간, 새로운 세계이고, 모든 인위적인 차별을 극복하여 결국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존중되는 세계이고, 물질이 아니라 사랑과 생명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지는 곳이며, 기쁨과 행복이 있는 곳이고, 모두를 향해 열려 있는 개방적 공동체이고 진리와 사랑과 상호 이해에 근거하여 폭력과 차이를 해결해 가는 곳이다. 이런 하나님의 나라가 오늘 한국 교회 안에 온전히 이루어질 때 사랑하는 우리 교회는 변화되고 세상을 향한 선교와 봉사와 변혁은 가장 강력하고 놀랍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예수가 그려주시는 하나님의 나라의 이런 놀라운 모습을 생각하면 할수록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공동체가 거기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며 “정녕 한국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에 다시 붙잡히고 그 왕적 통치의 아름다움과 능력을 이 땅에 선포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었다.
그러면서 “실상 길은 멀고 전망은 밝지 않다. 현실 속의 교회는 세상의 빛이 되기보다 여러 이유로 인해 여전히 어둠에 깊이 붙잡혀 있다. 하지만 희망은 언제나 희망이며 살아있는 한 희망의 불씨는 계속 지펴야 한다”며 “20세기 초반 무너져 가고 있던 중국 사회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당대 중국의 대 사상가이자 문필가였던 루쉰은 《고향》이란 단편소설의 마지막을 이렇게 끝맺는다. ‘희망은 과연 있는가? 희망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길과 같다. 길은 처음에 없었다. 그러나 한 사람이 그 길을 가고, 다른 사람이 그 뒤를 따라가고, 또 다른 사람이 그 길을 걸어가다 보면 길은 어느새 만들어진다’고 말했다”고 했다.
아울러 “온신학은 하나님의 나라 신학이요 하나님 나라의 신학을 선포하고 가르치며 살아가는 신학”이라며 “온신학이 이 길을 잘 걸어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