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다니엘서 10장 1~21절
여러분들은 영적 침체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믿음으로 살았지만 결과가 지지부진할 때, 정직하게 행했건만 모함과 오해를 받을 때, 육신이 지쳐 마음마저 낙심했을 때, 이럴 때면 누구나 영적 침체를 겪을 수 있다. 성경의 위대한 인물들도 영적 침체를 경험했다. 능력의 종, 엘리야도 갈멜산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이세벨의 살해위협 앞에 죽기를 청하게 된다. 성군 다윗도 장수 골리앗과 싸워 이겼지만 사울의 추격 앞에 영적침체에 빠지게 되었다. 오늘 다니엘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바벨론 제국의 위용 앞에서 한 치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 누구보다도 신앙을 지켰던 다니엘이 영적 침체에 빠진 것이다.
그렇다면 다니엘이 영적 침체에 빠진 이유가 무엇이었나? 1절에 바사왕 고레스 3년에 본 환상 때문이었다. 다니엘은 역사의 격변기를 겪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바사제국이 바벨론을 멸망시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왜냐하면 바사 왕, 고레스는 바벨론과 다른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첫째, 거주의 자유를 주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때 이스라엘의 1차 포로 귀환이 이루어진다. 둘째, 종교의 자유였다. 자신들의 신을 섬기도록 해주었다. 그때 다니엘은 오랜 시련이 끝나고 벅찬 기대로 자유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다니엘이 갑자기 환상을 보는데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 환상은 큰 전쟁에 관한 것이었다. “예순두 이레 후에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끊어져 없어질 것이며 장차 한 왕의 백성이 와서 그 성읍과 성소를 무너뜨리려니와 그의 마지막은 홍수에 휩쓸림 같을 것이며 또 끝까지 전쟁이 있으리니 황폐할 것이 작정 되었느니라”(단 9장 26절). 다니엘은 포로로 잡혀 와 갖은 핍박 속에도 믿음을 지켰다. 70년이 차면 포로에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레스 왕을 통해서 포로 귀환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나 싶었다. 그런데 다시 큰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열강들에 의해 짓밟히게 될 것이라는 환상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다니엘은 수일 동안 슬퍼하며 영적침체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모든 가능성이 무너졌을 때가 하나님이 일하실 때임을 믿으시길 바란다. 인간의 모든 기력이 쇠해졌을 때가 하나님이 힘주실 때이심을 믿으시길 바란다. “한 손이 있어 나를 어루만지기로 내가 떨었더니 그가 내 무릎과 손바닥이 땅에 닿게 일으키고”(10절). 다니엘이 지쳐 있을 때 한 손이 다니엘을 어루만지셨다. 여기서 한 손은 천사의 손으로, 다니엘을 다시 일어나게 하셨다. 그리고 하늘에서 음성이 들렸다. “큰 은총을 받은 사람 다니엘아” 마치 이 모습은 예수님이 각색 병자들에게 손을 잡아주시며, “네 죄사함을 받았으니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말씀하신 것처럼, 지친 다니엘에게 인격으로 다가와 주신 것이다. 하나님은 인격이신 분이시다. 우리를 막무가내로 몰아가지 않으신다. 우리가 눈물 흘릴 때 함께 눈물 흘리시는 분이시다. 우리가 아파할 때 손잡아 주시는 분이심을 믿으시길 바란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니엘을 부르실 때 수식어이다. “큰 은총을 받은 사람, 다니엘아” 이 수식어는 대단히 중요한데, 바로 다니엘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신 것이었다. “은총을 받은 사람” 이 말은 성경 어디가 떠오르는가? 노아의 때이다. 노아의 때는 죄악이 관영한 시대였다. 당시 사람들의 죄악이 얼마나 관영했냐면 그들이 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했다고 말한다. 모든 계획은 ‘every plan’을 항상은 ‘every time’으로 총체적인 타락을 뜻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자들이 흉악한 범죄자의 몰골로 전락했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생물을 쓸어버리기로 결정하셨다. 그러나 성경은 노아를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은혜이다. 은사, 스펙, 학벌이 차이를 만드는 것 같지만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서 모든 결과가 달라진다.
영적인 침체에 빠진 다니엘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성도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영적인 침체가 찾아올 수 있다. 그때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보라. 주의 사랑을 주의 선하심을 생각해 보라. 하늘보다 더 높으신 사랑을 기억해 보라. 지금까지 여기까지 온 것이 우리가 잘 나서 왔는가? 어느 정도까지는 왔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때 우리는 불평이 감사로 바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의무감이 사명감으로 바뀔 것이다.
다니엘에게 정체성을 알려 주신 이가 다시 말씀하고 있다. “그가 내게 이르되 다니엘아 두려워하지 말라”(12절). 낙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네 말이 응답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응답은 언제부터였는가? 네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겸비하게 하기로 결심한 첫날부터라는 것이다. 다니엘이 겸비하기 시작했을 때가 언제냐면 3절에 “슬퍼하고 떡을 먹지 않으며 고기와 포도주를 입에 대지 않고 기름을 바르지 않기 시작하던 날부터”였다. 바로 하나님은 다니엘의 동기를 보셨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기도할 때 때로는 응답이 늦어지는 것 같고, 하나님이 침묵하실 것 같을 때 우리는 낙심할 수 있다. 그러나 동기가 순수하고 과정이 정직하면 하나님은 반드시 놀라운 역사를 이뤄 가실 것이다. 그러므로 영적 침체가 찾아올 때 정체성을 확인하고, 동기를 점검하여 다시 영적 반전이 있는 멋진 하나님 백성의 삶을 살아가길 축복한다.
홍석균 목사(한성교회 청년부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