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적용되면서 정부가 행정조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조치는 필수시설 외 사회 전체를 멈추는 3단계 밖에 남지 않게 됐다. 정부는 권고 수준이지만 수도권 주민들에게 사실상 '록다운(lockdown, 움직임 제재)'이나 다름없는 약속·모임 취소와 다른 지역 이동 자제를 당부했다.
3단계로의 격상은 하루 800~1000명씩 환자가 발생해 의료체계가 붕괴하기 직전 위기 상황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거리 두기부터 백신 확보까지 중기 계획을 국민들에게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신규 의심 환자 발견을 위해 진단검사를 확대하고 이미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의료진이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다시 한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정부는 8일 0시를 기해 28일 오후 12시까지 3주간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비수도권엔 일제히 2단계를 적용한다.
이에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2단계 유흥시설에 이어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 홍보관,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 등에 집합금지가 내려진다. 일반관리시설 가운데서도 헬스장·당구장 등 모든 종류의 실내체육시설도 집합금지 대상이 된다. 여기에 최근 젊은층 감염 확산이 계속되는 점을 고려해 본래 운영 시간만 제한하는 학원(교습소 포함)도 대학 입시나 직업능력개발훈련과정을 제외하고 집합금지 대상에 포함한다.
이외에 영화관, 피시(PC)방, 이·미용업, 300㎡ 이상종합소매업종에 해당하는 상점·마트·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운영 시간이 제한된다. 추가 조치로 상점·마트·백화점에서 시식 코너 운영이 중단된다.
결혼식 등 모임·행사는 50명 미만으로 인원이 제한되고 성탄절을 앞둔 종교시설에서도 비대면 종교행사가 원칙(참여 인원 20명 이내)이 된다.
2.5단계 다음에 3단계가 남아 있지만 같은 전국 유행 단계라 하더라도 2.5단계와 3단계는 큰 차이가 있다. 3단계는 전국에서 10명 이상 모이는 일을 금지하고 음식점·상점·의료기관 등 필수시설 이외 모든 다중이용시설이 문을 닫는다. 3단계는 사실상 록다운 조치로 2.5단계는 일부나마 일상이 허용되는 마지막 조치인 셈이다.
이미 정부는 2.5단계 조치에도 추가 조치와 권고를 통해 락다운 수준에 준해 방역 조치를 지켜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2.5단계에선 항공기를 제외하고 KTX·고속버스 등은 50% 이내로 예매 제한을 권고하도록 하는데 정부는 기존 2.5단계에 더해 수도권 주민들에게 여행, 출장 등 타 지역 방문 자제를 강력 권고했다.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나아가 박능후 중대본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제는 약속과 모임과 권고하거나 자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 취소하고 3주간만은 모든 활동을 줄여 달라"며 적극적인 방역 조치 참여를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현재 수도권에서의 움직임이나 사람 간 접촉은 그 규모와 수준과 상관없이 모두 위험하므로 멈춰달라는 호소다.
셧다운(shutdown)이나 3단계 격상 만이 선택지로 남아 있는 지금, 전문가들은 할 수 있는 추가 조치와 관련해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실천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 강화 조치는 짧고 굵게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장기 로드맵 없이 그냥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라며 "언제부터 언제까지 강하게 거리 두기를 하고 언제까지 조치를 취하고 언제까지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플랜을 국민들에게 얘기하면 '장기 플랜에 맞게 2~3달만 지키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실천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서울시에서 밤 9시부터 불을 끈다고 했던 건 서울 시민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잘 지켜달라는 의미인데 서울이 안 되면 풍선효과처럼 인천 등으로 간다"며 "권고로만 안 되니까 지켜지지 않을 때는 3단계를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역 차원에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역학 관련 인력을 늘리고 신규 검사 자체를 늘리는 일을 고민해볼 수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 주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합동 브리핑 때 역학조사 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했는데 역학조사 능력은 그때 말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이미 배가 됐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교수는 "지금이라도 PCR(유전자 증폭, 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를 최대한 무료로 하고 검사량을 늘려야 한다"며 "군대나 요양병원 등은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횟수를 늘리는 식으로 신속검사 등을 주기적으로 해 전수 검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검사를 하지 않으면 (지역사회 확산세가 계속돼) 병상 문제가 발생하는 등 해외 유행 상황과 비슷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병상 수만 늘릴 게 아니라 그만큼 의료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기석 교수는 "(중환자실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3D(기피) 직종이기 때문에 아무도 안 온다"며 "예전 대구에서 환자가 다수 발생했을 때는 수도권에서 받쳐줬던 건데 수도권이 무너지면 지방에서 받쳐줄 데가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우주 교수는 "체육관이나 국제전시장 등 난방시설이 된 곳에 환자가 입원하면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고 빠르게 개조도 가능하며 의료진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사람이 없으면 수당을 2배 이상 주겠다고 하거나 단시간 훈련을 시켜서라도 투입하는 등 비상시국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