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상담학회가 최근 ‘기독교상담과 뇌과학’이라는 주제로 제35차 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김경준 교수(월드미션대학교)가 ‘기독교상담에 뇌과학적 지식의 활용: 불안과 우울증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기독교상담학계에서는 뇌과학의 급진적인 발전을 반영하여 몇 가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를 미국 기독교 상담자 협회 (AACC: The American Association of Christian Counselors)에서 매년 개최하는 컨퍼런스에서 찾을 수 있다”며 “2020 년 9 월에 COVID-19 으로 인해 전격적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된 AACC 컨퍼런스에서의 첫 번째 주제 강연을 ‘Change Your Brain: Change Your Life’ 라는 유명한 책 이외에도 수많은 뇌과학에 관련한 책들을 저술한 다니엘 에이멘 (Daniel G. Amen)박사가 맡았다는 점과 또한 컨퍼런스 중에 별도로 유료강좌로 진행되는 6 개의 집중 과정 중 하나가 ‘뇌 건강, 신경과학과 상담치료’라는 주제였다는 점에서 기독교상담 영역에서 뇌과학을 빠른 속도록 접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상담학에 심리학적 지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하여 서로 다른 여러 관점들이 존재해 오고 있다”며 “설명수준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기독교상담과 심리학은 별개의 서로 다른 철로와 같이 서로 대등하게 취급되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부터 아예 심리학적 지식은 성경 말씀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하는 관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2007 년 故옥한흠 목사의 아들인 옥성호씨가 쓴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라는 책이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한국의 기독교계에는 심리학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판단된다”며 “심지어 네이버에 이 책 제목을 가지고 검색을 해보면 2020 년에도 이 책을 리뷰하며 필독을 권하는 블로그의 글이 맨 앞에 검색된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학에 대한 기독교상담자의 태도는 심리학이 과연 과학의 범주에 들어가는가, 아닌 가에 대한 판단이 많이 좌우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많은 기독교인들은 심리학이 과학적이지 않은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뇌과학의 경우에는 어떠한가”라며 “뇌과학의 경우 최첨단의 뇌영상 장비와 고도의 의학, 생물학 및 생화학의 여러 분야에 걸친 협력 연구를 통해 다양한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뇌과학을 사이비 과학으로 여기는 사람이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독교상담자들도 뇌과학의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큰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기독교상담자들은 이러한 뇌과학의 지식조차도 성경의 잣대를 통한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야만 한다”며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류 대학의 저명한 신경심리학자인 말콤 지브스(Malcolm Jeeves)는 뇌과학을 대하는 기독교인들의 태도에 대하여 ‘열정적이면서 비판적인 개방성 (enthusiastic and critical openness)’ 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브스 박사는 기독교인들이 무비판적으로 뇌과학을 받아들이게 되면 결국은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물질주의적 환원주의로 귀결시키는 일부 과학자들의 함정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상담자들은 뇌과학적 지식들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즉, 성경은 결코 뇌과학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존 오트버그 (John Ortberg)는 성경에 최초로 등장하는 신경과학에 대한 기사가 사무엘상 17장 49절이라고 언급했다.(Ortberg, 2014) 바로 다윗이 골리앗의 이마에 물매를 던져 골리앗이 즉사했다는 장면”이라고 했다.
또 “재활신경심리학자인 레오나드 매쎄슨 (Leonard Matheson) 박사는 뇌과학은 성경이 인간은 완전하고 온전하게 우리의 뇌를 포함하는 육체와 영혼이 연합된 존재로 창조되었다고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며 “제2세대 성경적 상담학자로 분류되는 밥 켈러멘 (Bob Kellemen) 박사는 상담에 있어 성경에 근거한 전인적인 접근을 하는 기독교상담자로서 우리는 창세기 1장 26~28 절의 문화명령 (Creation Mandate)에 순종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자연의 질서대로 하나님에 의하여 창조된 인간의 두뇌를 연구하는 학문들을 반드시 포용해야만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밝혀진 뇌 과학적 지식들은 유전의 영향과 환경의 영향을 포함하는 개인의 삶의 양식으로 인한 궁극적으로는 뇌 부위의 기능의 변화가 우울증의 증상들을 가져오는 것을 나타낸다”며 “따라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뇌 기능을 회복하게 되면 그 증상들이 감소할 것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개념이 바로 ‘뇌의 가소성’ (neuroplasticity)”이라고 했다.
이어 “뇌의 가소성이란 뇌는 새로운 마음의 훈련과 인간관계의 상호교류에 의해서 또는 이 두 가지 모두를 통해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새로운 뇌의 회로가 발달 될 수 있다고 하는 개념”이라며 “우리 뇌는 유전적인 정보에 의해서 그 회로가 구성이 되고 명령을 내려 우리가 생각과 행동을 하도록 하지만 반대로 우리의 뇌는 우리의 마음과 행동,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 구조와 기능이 변화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독교상담을 통하여 내담자의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하거나 새로운 감정과 접촉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나, 새로운 행동을 계획하고 실천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영적인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격려하는 것, 용서를 촉진하는 것을 돕는 일 등은 모두 뇌의 가소성을 통한 뇌 기능의 회복과 건강한 새로운 신경회로를 생성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 우울증의 증상들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위험 신호의 인식에 따른 이상 반응으로 빠른 속도로 증상이 나타나는 불안 반응과 달리 뇌의 여러 부위의 기능이 변형되어 장기간에 걸쳐 증상들이 나타나는 우울증의 경우에는 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다”며 “수면, 패스트푸드 음식이나, 담배, 술, 그리고 제 2 형 당뇨병, 만성 통증 등은 뇌의 기능에 악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예들”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울증이 이러한 뇌의 여러 부위와 신경회로들의 이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는 기독교상담자는 내담자가 상담실에서 호소하는 주변 상황과 사건, 그리고 내담자의 행동과 감정에도 물론 주목해야 한다”며 “건강한 뇌의 기능을 도울 수 있는 위와 같은 영역들도 함께 체크하면서 내담자를 전인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