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로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30일 추미애 장관에게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명령 등을 철회해달라고 공개 호소했다.
아울러 법무부 소속 과장들은 추 장관의 재고를 바란다는 취지의 서한을 상부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장관님께 올리는 글'에서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장관이 한 발만 물러나 달라"고 적었다.
검찰개혁의 실현을 위해 추 장관이 검사들의 건의 사항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조 차장검사의 주장이다.
조 차장검사는 "장관의 시대적 소명인 검찰개혁이란 과제를 완성하려면 형사소송법, 검찰청법과 관련 시행령 및 규칙의 개정이나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를 강화하는 등 조직정비와 인사만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검찰개혁은 2100여명의 검사들과 8000여명의 수사관들 및 실무관들 전체 검찰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며 "검찰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지 않고, 개혁의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아무리 좋은 법령과 제도도 공염불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추 장관을 보좌했던 기억을 언급하며 설득하기도 했다.
조 차장검사는 "검찰국장으로서 장관을 모신 7개월 동안 장관이 얼마나 검찰개혁을 열망하고 헌신해 왔는지, 가곡 '목련화'의 노래가사처럼 '그대처럼 순결하게, 그대처럼 강인하게' 검찰개혁 과제를 추진해 오셨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이러한 장관의 헌신과 열망이 이번 조치로 말미암아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어 감히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번 조치가 그대로 진행되면 검찰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적대하시는 결과를 초래하고,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검찰개혁이 추동력을 상실한 채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 수포로 돌아가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올 수도 있어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윤 총장의 비위 혐의가 직무집행 정지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는 검찰 내 분위기도 상세히 전했다.
조 차장검사는 "저를 포함한 대다수 검사들은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살아있는 권력이나 죽어있는 권력이나 차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해 공을 높이 세운 것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법무부와 윤 총장 간의 행정소송을 언급하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고, 그 과정서 검찰조직은 갈갈이 찢기게 된다. 검찰개혁의 꿈은 검사들에게 희화화 돼 아무 동력도 얻지 못한 채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총장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무너진다면 검찰개혁의 꿈은 무산되고,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중대한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검찰개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번 처분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앙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법무부에 소속된 복수의 검사들도 추 장관의 조치를 재고해달라는 취지의 서한을 작성해 이날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전달했다.
서한 작성에는 부장검사 등 현재 법무부 과장급 검사 10여명이 참여했다. 다만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태훈 검찰과장도 향후 검사 징계위원회에서 간사 역할을 맡는 점을 감안해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