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윤 총장이 신청한 집행정지명령 효력 정지 심문이 30일 열린다. 검찰총장 직무 효력을 둔 헌정 사상 초유의 심문이 열리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이날 오전 11시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효력 정지 신청 사건 심문을 진행한다. 출석 가능성이 제기되던 윤 총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기로 했다.
법원은 원칙에 따라 비공개로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윤 총장 측 변호인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집행정지 심문이 끝난 뒤 법정에서 주장한 핵심 내용을 간추려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정지는 행정청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처분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이다.
만약 집행정지가 인용될 경우 윤 총장은 본안 소송 판단 전까지 검찰총장 역할을 다시 수행할 수 있다. 현재 직무가 중단된 윤 총장의 업무 복귀 여부에 있어서 핵심적 사안인 셈이다.
집행정지 심문에서는 추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법원 결정이 관건이다. 또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을 요하는 사안인지 등도 법원 결정의 고려 대상이다.
아울러 법원은 추 장관의 행정처분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 윤 총장이 제기한 본안 소송의 이유가 있는지 등을 토대로 인용 또는 기각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통상 집행정지 신청을 신속히 기하는 만큼 법원은 이르면 당일에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양측이 첨예하게 다투는 만큼 항고심과 대법원 판단까지 받을 공산이 크다.
만약 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경우 추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은 일시적으로 효력을 잃는다. 윤 총장이 다시 업무에 복귀해 검찰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본안 소송에서 양측 공방이 치열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총장직을 계속 정지한 상태에서 진행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지난 24일 윤 총장의 비위 혐의가 다수 확인됐다며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추 장관의 직무집행 정지 명령 이후 윤 총장은 검찰총장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태다.
추 장관은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한명숙 사건 측근 비호 위해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언론과 감찰 정보 거래 ▲대면조사 협조 위반 및 감찰 방해 ▲정치 중립 위반을 각 비위로 제시했다.
윤 총장은 지난 25일 오후 10시30분께 직무집행정지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멈춰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추 장관의 조치가 적법한지 소송을 통해 가릴 테니, 그전에는 조치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취지다.
윤 총장은 26일 오후 2시30분께에는 직무집행정지 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을 냈다. 윤 총장 측은 "직무집행 정지는 해임 수준의 중징계가 예상되고, 직무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절한 경우에 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추 장관은 다음달 2일 검사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윤 총장 본인 또는 그가 선임한 특별변호인에게 검사징계위에 출석하라고 통지할 계획이다.
윤 총장은 검사징계위에 대응해 특별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의결 결과에 불복하면 마찬가지로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윤 총장이 징계위에 출석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