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첫 내각 국무장관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을 함께한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내정했다. 향후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인수위는 23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블링컨 전 부장관을 필두로 한 외교안보팀 구성을 발표했다. 블링컨 전 부장관 외에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기후변화 특사로 내정됐다.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블링컨 내정자의 외교 기조다. 지난 2013~2015년 국가안보부보좌관, 2015~2017년 국무부 부장관 등 외교안보 중요 직책을 역임한 그는 바이든 당선인과 오랜 인연을 쌓아온 인물로, 풍부한 외교 경험을 갖춘 전통주의자로 평가된다.
대체로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때로 분쟁 상황에서 개입주의적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미·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군의 리비아 군사작전을 지지한 게 일례다. 같은 해 오바마 행정부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가 상원 인준을 거쳐 국무장관이 될 경우 한반도 및 대북 정책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의붓아들인 그는 인권 수호를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같은 정상회담, 톱다운 중심 외교에 브레이크가 걸리리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블링컨 내정자는 지난 9월 바이든 당선인 외교정책 고문 자격으로 응한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계 최악의 폭군(독재자)"이라고 칭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폭군들과 "소위 '러브 레터'를 주고받는 대통령"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두고는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김정은과 세 번의 공허한 회담을 했다"라며 "'거래의 기술'은 김정은이 마음에 들어 하는 '도둑질의 기술(Art of the Steal)'로 변모했다"라고 했었다.
또 당시 인터뷰에서 블링컨 내정자는 특히 '핵 없는 한반도'를 강조하며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짜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한국 및 일본 등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국장은 이와 관련, 이날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블링컨 내정자를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대한 강경 비판론자"라고 평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다만 자유아시아방송(RFA) 대담에선 "지금껏 내놓은 성명들에서는 매파적 성향이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는 종종 자신이 대북 관여에 열린 입장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앙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핵정책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선제공격 위협을 비판했던 블링컨 내정자 발언을 소개하며 "북한에 대한 오해와 긴장 고조 위협에 대해 생각해온 국무장관 후보자"라고 평했다.
한편 미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경제 행보가 상당 부분 이어지리라는 전망을 토대로 한반도 정책이 다소 뒷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과정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될 경우 대북 제재 실효성의 키를 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