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염병 관련 학회들이 효과적인 방역 조치가 없다면 1~2주 이후 하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할 것이라며 정부에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상향 등 선제 조치를 촉구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적인 가을~겨울 유행 양상을 볼 때 이번 겨울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국민들을 향해서도 거리 두기 동참을 호소했다.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유관학회로 구성된 전문학술단체들은 20일 성명서에서 "최근 한국역학회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의 일일 감염재생산수는 1.5를 넘어서서 효과적인 조치 없이 1~2주가 경과하면 일일 확진 환자 수는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으로부터 감염 가능 기간 직접 감염시키는 평균 인원 수로 1.5는 확진자 1명과 접촉으로 1.5명이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학술단체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낮은 온도, 건조한 환경에서 더 오래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늦가을로 접어든 현재 코로나19의 전파 위험은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거리두기 방안은 이전에 비해 완화된 기준으로 개편되어 전파 위험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코로나19는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 지역에 따라 역학조사 역량을 넘어서고 있고 역학적 연결고리가 파악되지 않는 환자의 증가와 이를 통한 추가 확산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위험군 피해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의 전파가 늘더라도 개편된 거리두기 방안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고위험군에게 전파되는 것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최근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면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요양시설이나 병원과 같이 고위험군이 모여 있는 곳에서 환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고위험군에서 환자 발생이 많아지면 중증 환자 발생 위험도 증가하게 되며 이는 의료의 과부하를 유발해 환자들이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료 과부하로 인한 악영향은 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도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환자 치료 역량도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게 전문학술단체의 설명이다. 이들은 "발병 후 7~10일 경과 상태에서 중증으로 진행하는 코로나19의 임상 경과를 감안하면 현재 남아 있는 중환자 병상은 1~2주 내에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환자 병상의 여건은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커서 일부 지역의 경우 이미 가지고 있는 의료자원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중환자 병상 확충이나 인력 양성은 중요하지만 이는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려운 문제로 현재로선 기존 의료 역량 내에서 중환자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는 게 최선이라고 이들은 전했다.
이에 전문학술단체들은 선제적인 방역 강화 조치를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현시점에 이전과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가지려면 더 강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며 "거리 두기 단계 상향을 포함해 방역 조치는 조기에 강력하게 적용되어야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 조치가 늦어지면 실제 유행의 규모를 줄이는 효과는 미미하고 부가적인 피해만 커지게 될 것"이라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지만 신속하게 결정되고 적용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정부에 방역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을 요청했다.
국민들을 향해서도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 실천을 부탁했다.
이들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가을, 겨울을 맞아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는 양상을 보면 이번 겨울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성공적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올 겨울은 백신 없이 막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거리 두기와 같은 비약물학적인 방편은 많은 불편과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효과적인 수단임에 분명하다"면서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대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께서도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거리 두기에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대한감염학회·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대한소아감염학회·대한예방의학회·대한응급의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대한임상미생물학회·대한중환자의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한국역학회 등이 함께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