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성역사를 보면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지 성적 쾌락을 얻으려 온갖 수단을 부려왔고 기독교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를 통제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14세기에 중세가 끝나면서 시작된 르네상스는 성에서도 르네상스였다. 중세의 기독교 성문화에서 혁명이 일어난 셈이었다. 르네상스 지식인들은 인간의 몸과 관능과 감정을 재발견하고 “휴머니즘의 이름으로” 또는 “예술의 이름”으로 로맨틱한(로마적인), 그러나 실제로는 에로티시즘을 예찬하였다. 기독교 이전에 숭배되고 즐겨졌던 그리스 신들의 섹스 이야기들과 나체가 회화와 조각으로 화려하게 다시 등장하였다. (인간의 몸이 물건 내지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전에는 죄가 되었던 것이 이제 죄가 아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찬양되기 시작하였다. 현대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탈리아로 몰려들어 르네상스의 멋진 유산에 찬탄을 금하지 못한다. 현대의 지식인들도 르네상스 시대의 궁정과 고급 창녀(courtesans)의 세련됨과 우아한 매너에 선망을 느낀다.
이러한 찬탄은 19세기에 지식인들이 르네상스 시대를 마치 황금시대인양 묘사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학자들은 르네상스에 대한 환상에 의문을 표시하기 시작하였다. 즉 르네상스 시대는 모순된 중세의 말기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중세의 특징인 비이성적 사고방식, 가난, 불평등, 무지, 점성술과 마술, 마녀사냥, 반유태주의, 종교/정치적 박해, 전쟁 같은 일들이 더 심했다고도 한다. 새로 발견한 신세계를 두고 탐욕스런 은행가와 정치가와 군인들 간의 경쟁이 피를 튀게 하였다. 편협성과 편견과 불관용이 난무하였다. 모든 궁궐과 관청들과 개인 집들의 어두운 뒷방은 유혹, 거래, 병듦, 그리고 온갖 종류의 음모의 온상이었다. 실제 르네상스 사회는 과거 어느 때 보다 더 추악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 화가 그리고 그들의 후원자들 등, 극소수의 엘리트들은 자기들이 중세의 암흑기를 끝내고 새 시대를 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성문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14세기 이전의 중세문화가 지속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회는 여전히 가부장적이었으며, 남성은 여성에 폭력적이었다. 당시 결혼은 남녀 두 사람의 연합이 아니라, 두 가문을 묶는 것이었다. 이는 현대적 의미에서는 폭력적이었다. 결혼은 황소들을 같이 일하게 하는 “멍에”였다. 현실에서 부부간에는 사랑의 열정이나 에로티시즘은 기대되지 않았다. “로맨틱”은 귀족과 그의 정부(courtesan) 사이에서만 흔적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 “결혼 밖”에서의 성의 해방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당시 부와 여유를 즐기라(carpe diem)는 교훈이 유행하였는데, 이는 부자나 권력을 가진 남자들이 자유로운 성을 통해 기쁨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은 집안에서 정숙하고 우아하게 머물러 있어야 했다.
매춘이 광범위하게 성행하였다. LeBaron Jr(2010)에 의하면, 1490년 로마에는 7,000명의 창녀가 있었고, 베니스의 30만 인구 중에 창녀가 11,654명이었다 한다. 사회와 교회는 매춘을 은밀하게 용인하였는데, 창녀들은 교회나 수도원이 소유한 집에 살았다. 거리는 사제들과 더불어 매춘부와 소돔인들(sodomites)들이 우굴 대었다. 여기서 소돔인들이란 남색, 수간 같은 성도착행동들과 성적 방탕을 포함한 모든 성범죄적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였다. 동성애 같은 성도착적인 성행위들이 금지에도 불구하고 은밀히 유행하였다. 결국 15세기경부터 동성애에 대한 경찰감시가 강화되기 시작하였고, 가혹한 형벌을 받기 시작하였다. 르네상스인들은 성적 타락을 언급할 때는 거북해 하면서 라틴어를 사용하거나 완곡 표현을 사용하였다. 예를 들면 "명칭을 말할 수 없는 사악함“ 같은 것들이다.
당연히 매독이 창궐하였다. 현대사회에서의 에이즈에 대한 공포처럼, 르네상스시대에는 매독이 흑사병, 나병과 더불어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진실은 르네상스 시대의 성적 타락은 현대 사회의 성적 타락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죄 된 인간성은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르네상스를 찬양하려 할 때는 당시의 이면의 성문화를 고려하여야 한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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