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6일 전문가들의 예측을 인용해 이르면 2~4주 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확진자가 폭증하지 않고 지금처럼 200명대의 완만한 증가세가 계속된다 하더라도 1~2주 후에는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등 의료체계가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청장은 이날 오후 충북 오송 질병청에서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열고 "모델링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2~4주 후 예측 결과를 보면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 가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얼마나 감염을 확산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재생산지수'도 "현재 1을 넘어 1.1~1.2를 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염재생산지수란 말라리아 감염병 발병때 도입된 개념으로, 감염자 1명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환자의 수를 말한다. 이 수치가 1 이상이면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러스 감염 건수가 늘어 유행이 확산한다고 인식한다.
감염재생산지수는 신천지발(發) 집단 감염이 정점이었을 때 5.6 수준까지 올랐었고, 추석 연휴와 한글날 연휴 기간에는 1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정 청장은 "예측하시는 분들(전문가들)의 다양한 단기예측(을 보면), 현재 수준에서 사람 간 접촉을 줄이지 않으면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 가까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중환자병상을 확충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경우에는 의료대응체계(가 감당하기 힘든) 대규모 발생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단계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거나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는 노력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은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연말 송년모임 등 굵직한 일정이 줄지어 기다리는 만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립암센터 기모란 예방의학과 교수 등 연구진이 지난 15일 공개한 'SEIHR 기반의 코로나19 국내 확산 모델링' 분석 결과를 보면, 재생산지수 값은 거리두기가 완화된 10월8일~11월11일 1.29를 나타냈다.
기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전국 재생산지수가 1.29를 유지할 경우 2주 후인 11월25일 하루 신규확진자가 221명, 4주 후인 12월8일에는 354명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 청장은 "저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환자 수의 증가가 200명, 220명, 250명 이렇게 완만하게 증가를 해서 예측 가능하게 갈 것이냐, 아니면 어느 순간에 환자가 많아지고 방역적으로 접촉자 관리를 못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환자가 늘어날 경우"라며 "다른 나라들에서도 보듯 굉장히 급속하게 증가하는 곡선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가지고 있는 중환자 병상이 현재의 발생 규모는 저희가 (대응)하지만, 이런 양상이 1~2주 지속되면 어려워질 거라고 보고 있다"며 "지금 수준에서 다시 유행을 꺾지 않으면 의료체계에도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급속하게 (확진자가) 증가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환자병상관리반에 따르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장비·인력 등을 완비하고 중수본의 지정을 받은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은 지난 15일 기준으로 전국 138개 중 75개만이 비어있다.
지역별 입원 가능 병상은 서울 26개, 인천 15개, 경기 10개로 수도권이 51개다. 대구·광주·경남·충남은 각 4개, 부산·울산은 각 3개, 전북은 2개다.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상향 예비 발령이 내려진 강원 지역에는 비어있는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이 없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할 수 있는 중증환자 치료병상도 15일 기준으로 전국에 62개 남았다. 충북이 16개로 가장 많으며, 제주가 12개로 뒤이었다. 수도권은 서울 7개, 경기 4개, 인천 1개로 총 12개다. 대구·전북은 중증환자 치료병상이 모두 포화 상태다.
감염병전담병원에서는 3863개 병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2633개(68.1%) 병상이 확진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 무증상과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는 전국에 8개소가 마련돼 있으며 총 2001명 중 600명이 현재 입소해 있어 1401명을 더 수용할 수 있다.
정 청장은 "최근 유행상황을 보면 수도권 중심에서 전국적으로 (감염이) 확대되고 있고, 가족·지인모임, 직장 그리고 식당·사우나·헬스클럽과 같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집단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에 집단발생이 증가하고, 무증상·경증 감염자가 계속 누적돼서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어느 때보다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증상·경증 감염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나면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는 대규모 유행위기의 전(前)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며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또 사람 간 접촉을 줄여야 이러한 기하급수적인 환자 급증을 막고 의료체계의 부담과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당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