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대출 등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만 매몰돼 왜 빚을 내는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들은 전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모여 이날 발표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전산시스템 반영 등 준비를 마치는 대로 실무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의 참석자는 "당국이 세부기준을 정하자고 실무자들을 부른 자리였는데 은행이 뭔가 건의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세부적인 기준을 통일하는 수준의 회의였고, 기준 마련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서 한두 차례 더 모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당국이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이상 가계대출 총량 관리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게 제약 요인이 많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총액 1억원을 초과한 대출고객(차주)이 1년 내 주택을 구입하면 신용대출 회수 대상"이라며 "주택구입 외 생활안정자금 등으로 쓰이거나 자금용도가 다를 수 있는데, 자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의 자금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집값이 급등한 상태에서 서민들은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중복해서 받을 수 없게 하는 건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서도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상황 인식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이런 흐름이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 이유가 실물경제에 있는데 (당국이) 너무 가계대출 증감에만 매몰된 게 아닌가 싶다"며 "금리는 계속 낮고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당연히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지 않나. 전세물량은 없고 보증금은 오르는 등 본연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계속 대출을 제한하면 실수요자가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꼬리표가 없는 대출이라 어디로 자금이 흘러가는지 몰라서 (이번 대책으로) 그에 대한 기준을 조금이나마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대출을 받고 나서 대출받은 자금을 어떻게 쓰는지 은행은 수사기관이 아니니까 알 수 없지만 대신 고액에 대해서는 꼬리표를 붙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를 차주별 DSR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신용대출 총액 1억원을 넘는 차주가 1년 내 주택을 구입할 경우 해당 신용대출을 회수하는 조치 시행 등에 대한 평가다. DSR은 대출고객의 연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모든 종류의 부채를 합산해 상환능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 여겨진다.
제2금융권에 대한 DSR규제 내용이 불명확해 자칫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은행들이 현실적으로 대출 회수조치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회수를 위한) 전산 적용, 개인별 관리 등 실질적인 관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실무회의를 통해 구체화되고 정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