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료진의 노력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100년도 훨씬 전인 조선시대의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들 진료에 헌신했던 한국 최초 여성 의사 박에스더(1877~1910)의 짧은 생애를 주목해 본다. 올해는 박에스더가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가 된 지 120주년 되는 해로, 이화역사관(관장 정혜중)은 박에스더의 삶을 조망하며 한국 의학사에서 그가 갖는 의미를 다시금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화의 선구자, 의사 박에스더’ 전시를 지난 2일부터 내년 5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이화역사관은 2020년 기획전 ‘이화의 선구자, 의사 박에스더’를 통해 아픈 환자를 보다 많이 진료할 수 있길 바랐던 의사 박에스더의 삶을 되짚어 본다. 박에스더는 1886년 이화학당의 네 번째 학생으로 입학해 신학문과 신앙을 접하며 1891년 에스더라는 세례명을 받은 뒤, 미국 유학을 떠나 의사가 되어 조국에 돌아왔다. 당시 조선의 병원은 잘못된 민간요법과 치료로 고통 받는 여성들로 연일 가득 찼지만 조선인 의사는 박에스더 단 한 명뿐이었다. 박에스더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 진료에 몰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화학당의 네 번째 학생인 박에스더의 학창시절 사진과 더불어 의료보조인으로 활동하며 의사의 꿈을 키웠던 보구녀관 사진, 인생의 큰 조력자이자 보구녀관 의사인 로제타 셔우드 홀에게 보낸 편지, 남편 박여선과 함께 찍은 사진, 미국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 유학생 시절 사진 등 박에스더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 자료가 소개된다. 또 이화가 만든 한국 최초의 생리학 교과서 〈전톄공용문답〉과 이화학당 설립자 메리 스크랜튼 부인이 조선에 의사와 교사 파견을 요청하는 내용의 보고서, 박에스더의 귀국 후 진료활동을 소개한 기사, 박에스더의 기여로 1903년 설립된 보구녀관 간호원 양성소와 간호사 졸업생 사진, 현재 이대서울병원 안에 복원되어 있는 보구녀관 사진 등 이화 의학의 전통과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들도 볼 수 있다.
미국 유학 후 귀국한 박에스더는 로제타 셔우드 홀이 있는 평양 광혜여원의 보조 의사로 1900년 부임하며 한국 최초 여성 의사의 탄생을 알렸다. 박에스더는 이후 평양 광혜여원과 서울 보구녀관에서 근무하며 낙후된 환경 속에서도 매년 수천 건의 진료를 진행하며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이후 1905년 폐결핵이 발병해 투병하다가 1910년 34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박에스더는 당대에도 여성 교육과 의료 활동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았으며, 오늘날에도 한국 여성 의학의 문을 열고 참된 의술을 실천함으로써 한국 의료사와 여성사, 기독교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이화역사관 정혜중 관장은 “2020년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삶을 개척한 박에스더의 짧은 생애를 살펴봄으로써 현대 여성들에게 많은 귀감과 용기를 주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