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신앙 공동체… ‘마이크로 처치’가 온다”

교회일반
목회·신학
장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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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총회교육원 영상캡처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최근 TGC 코리아 복음연합 홈페이지에 ‘마이크로 처치가 온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는 일반교회와 가정교회(6~12명의 소그룹으로 매주 모여 교회의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어떻게 신앙의 교제를 했는지에 대한 비교 항목이 나온다”며 “일반교회는 카톡·문자(65%), 온라인 교제(41%), 전화 통화(37%)가 가장 많았던 반면, 가정 교회는 카톡·문자(62%)와 전화 통화(39%)는 일반교회와 비슷한 반면, 온라인 교제는 62%로 훨씬 높게 나왔다”고 했다.

이어 “주목을 끄는 점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대면 모임(일대일 만남, 작은 소그룹 등)에 있어서 가정교회는 68%의 경험을 한 반면, 일반교회의 25%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며 “전체적으로 방역조치로 인한 제한적 상황에서도 소모임 형태의 가정교회는 일반교회보다 한층 다양한 방식으로 교제를 지속해왔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코로나 상황에서 가정교회 성도가 일반교회 성도보다 더 활발한 경건생활을 하였으며, 헌금 감소의 타격도 가정교회가 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람들의 관계와 공동체 유형은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만한 작은 모임이 될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 상황에서는 방역 통제가 가능한 규모여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며 “비단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가 인간관계를 맺는 규모에 있어서 이전보다 개인적이고, 의미 있는 소수로 좁혀지고 있다”고 했다.

또 “새로운 관계를 많이 만드는 ‘오지라퍼’가 되기보다는 가족과 친구 중심의 관계에 더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정서적 변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위에서 다 짜놓은 소그룹에, 잘 모르고 편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어색한 공동체 관계를 유지하는데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를 당연시 여기고 무조건 용인만 해줄 수는 없다. 성경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낯선 자를 환대하며(신 10:19, 눅 10:25~37) 선한 이웃이 될 것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회나 선교 사역은 사람들이 있는 현 상황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있는 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맞는 접촉을 하되, 은혜 안에서 새로운 삶의 비전을 갖고 제자의 삶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작은 소모임을 중심으로 하는 사역들은 원래 초기 교회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마이크로 처치는 공식적이거나 제도적인 교회가 아닌, 일상의 작은 만남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는 신앙 공동체라 할 수 있다”며 “서로 공감하고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족, 이웃, 공통적 삶의 이슈, 관심사 등을 토대로 5명 내외의 (예수님 말씀처럼 2~3명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정기적 교제권을 형성하는 것이다. 물론 초 소규모라고 해서 반드시 그 한계 내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이상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하여 모임이 분화될 것인지는 구성원들이 의논해서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마이크로 처치는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선진화된 사역의 모델인 것은 아니다. 이는 이미 우리의 현장에서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일 수 있다”며 “판교에 있는 심플교회는 약 10년 전 한 평신도 가정으로부터 시작됐다. 교회 집사 부부로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지인을 위로하고 영적으로 도와주었는데, 그 지인이 다른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서 규칙적인 기도와 성경공부 모임이 시작됐다. 합류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정례화 되자, 모임의 리더는 신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신학교에 진학하게 됐고, 결국에는 주일 교회로 발전했다. 이제는 신앙 공동체와 기독교 대안학교 사역을 겸하는 모범적인 교회로 자립했다”고 부연했다.

또 “꼭 마이크로 처치로서의 정체성을 갖거나, 위 사례들의 궤적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힌트는 미래의 교회 및 선교 사역이 우리와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의 가족, 이웃, 관심사, 취미 등이 의미 있는 신앙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뜻밖의 자산이 될 수 있다. 근래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과 탄식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예수님께서는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눅10:2)라고 하셨건만, 우리는 ‘추수할 것은 적고 일꾼은 많다’고 탄식하는 현실이 아닌가”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의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일상에 관심을 갖고 돌아보면, 많은 잠재력 있는 관계들을 볼 수 있다. 그곳에는 진실하고 의미 있는 만남을 갈구하는 심령들이 있을 것이다. 복음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그들을 진리이신 그리스도께로 인도한다고 믿는다면, 우리에게 주신 선교명령은 때로 멀리만 가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 그리고 더욱 깊이 가야 할 과제일 수 있다”며 “임박한 마이크로 처치 현상은 그와 같은 가능성과 소명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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