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김용준(74) 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헌법재판소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금이 갔다'는 비판이 거세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11일 중앙선거대위원회 공동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재소장을 비롯해 여성CEO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정몽준 전 대표, 황우여 대표 등 4인을 임명했다.
앞서 박 후보의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영입에 반대했던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역시 직전 대법관으로, 이제 사법부의 최고위직을 역임한 '사법부 수장들'이 박 후보 캠프를 통해 정치계에 발을 들인 한 셈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법조계·정치권은 물론 상당수 여론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 강금실, '대통령보다 높은 지위' 자중해야…박지원, '충격적' =판사 출신으로 한국 첫 여성 법무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법관을 하고 헌법재판소장을 하고 선거캠프 가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적으로야 좋아하는 분들이지만 그 직위(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헌법과 사법의 최고 권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대통령보다도 높기 때문에 자중해야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강 변호사는 "정치가 모든 영역을 쥐고 흔들며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는 박정희 패러다임의 폐해"라며 "심지어 대학마저도 정권 눈치보고 정부비판 못하는 사례가..."하며 오늘날 현실에 대한 씁쓸함도 드러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인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지법 회의실에서 열린 광주고법 산하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과 김영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그렇게(박근혜 후보 캠프) 옮겨 상당히 충격적이다"고 소견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김용헌 광주고법원장을 향해 "최소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등 사법부 최고위 직을 지냈으면 조금더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사법부 수장들이 정치권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후배로서 한마디 해달라"며 질타했다.
같은 당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도 "최고 법관인 헌법재판관은 마지막 자리여야 한다"면서 "다음 자리가 예상되면 어느 법관이 소신있고 독립적인 재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 사법 정의·헌법 수호는 어디로? =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김영준 전 헌재소장까지 정치권에 입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을 위해 사법정의와 헌법을 수호해야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특히 이날 김 전 헌재소장의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영입은 새누리당에게 악수(惡手)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번 일로 헌재의 그간 판결을 두고 '정치적 판결'이 아니었냐는 여론의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이날 트위터에는 김 전 헌재소장의 영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한 네티즌은 "김용준, 헌법재판소장이었다는데, 국가가 국민이 준 명예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행태에 우리 나라에 과연 사법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을 런지 걱정이 된다"고 다른 네티즌도 "김용준, 정치판 가운데 서다니. '헌법재판소'의 위신은 뭐가 되며, 전직 '헌법재판소장'의 체모는?"하며 씁쓸해 했다.
김용준 전 헌재소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는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인간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어요. 대법관 정도 했으면서 똥물에는 왜 뛰어드는지.."안타까워했고 다른 네티즌은 "헌법재판소장까지 하고 나서도 정치를 하고 싶냐! 아, 정말 인간들 노욕 끝내준다. 인생 말년에 평생 쌓은 명예를 차버리는구나"며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웃기는 일이죠.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은 법률 전문가죠. '정신 나간 늙은이'라고 보는 분들이 많겠지요"하며 김 전 헌재소장을 비판한 강 변호사의 글에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이밖에도 "법과 헌법이 정치권력에 예속당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법부의 권위와 엄정함은 어디로 갔나요?", "김용준 전 대법관, 의식 있고 양식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명예욕이 지나치게 높구나", "헌법재판소장이 국회의원만도 못하다는 걸 이제 알았네" 등의 비판의 글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헌법재판소측은 "퇴임하신 분이라 뭐라 입장을 말할 수 없다"며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의 행보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