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별금지법 반대가 “공공성·공익성 위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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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에 대한 교계의 입장을 다룬 기독교계 방송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잇따라 경고 등의 법적 제재를 가하고 나섰다. CTS기독교TV(이하 CTS)는 지난 7월 1일과 4일 ‘생방송 긴급대담-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한다’에서, 극동방송은 지난 7월 9일 ‘행복한 저녁 즐거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각각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계의 입장을 다뤘다. 그러나 방심위 소위가 이 프로그램들에 법적 제재인 ‘경고’를 결정한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과 역차별이라는 여론이 적지 않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이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문제는 교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이며 연속 기도회를 통해 반대 여론을 결집해 가고 있다. 두 방송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이 법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자세하게 진단하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다.

그런데 방심위 소위는 CTS 프로그램에 대해 심의위원 3인은 법정제재 ‘경고’를, 1인은 ‘관계자 징계’를, 1인은 ‘문제 없음’ 의견을 냈다. 7월 9일 방송됐던 극동방송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CTS와 똑같이 심의위원 3인은 법정제재 ‘경고’를, 1인은 ‘관계자 징계’를 요구했으며, 한 사람만 ‘문제 없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고’ 의견을 낸 위원은 “CTS가 종교방송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교리에 관한 내용이 아닌 일반 사회적 현상을 다룰 땐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차원에서 기획돼야 한다”며 패널 구성의 편중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극동방송의 경우는 “차별금지법으로 처벌되는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게 너무 많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얼핏 들으면 그런 것 같으나 자세히 짚어보면 합리성과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 먼저 “종교방송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교리에 관한 내용이 아닌 일반 사회적 현상을 다룰 땐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차원에서 기획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부터가 그렇다.

성경에서 동성애는 가장 가증한 죄로 규정하고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만을 신성한 결혼으로 인정한다. 즉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파괴행위로 본다. 이것을 기독교 교리가 아닌 사회현상으로만 보는 견해 자체가 단견이다.

또한 동성애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공공성과 공익성을 해치는 것이라는 한 지적은 해당 위원의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네 번이나 ‘동성 간 성행위는 비정상적 성행위이고, 항문성교와 추행 모두 객관적으로 일반인들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라고 판결하였다는데, 그렇다면 헌재와 대법원 판결도 공공성과 공익성에 위배되는가.

극동방송의 경우,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혼동케 한다”고 지적한 내용도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육진경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대표가 “선진국 사례를 보면 학생이 ‘선생님, 나 여잔데 남자로 바꾸고 싶어요. 남자인데 여자로 바꾸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호르몬 주사나 뭐 이런 것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주장을 존중해줘야 한다. 선생님이 실수로 성별을 잘못 부른 경우 처벌이 된다”고 말한 부분이다. 이것은 2018년 미국 버지니아에서 교사가 실제로 파면당한 사건으로 이미 미국 매체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팩트를 언급한 것을 왜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지, 혼동을 줬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만약 심의위원이 이런 사실도 모르고 그런 결정했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해당 심의위원이 져야 한다.

또한 출연자들이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들로만 편중됐다고 지적한 것도 말이 안 된다. 기독교계 방송에 왜 불교인이나 다른 종교인을 출연시키지 않았느냐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대한민국에 있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방송은 하나도 남아날 수 없을 것이다.

패널 구성의 편중성을 지적한 것도 적절치 않다. 이는 방송 편성에 대한 명백한 월권이다. 종교방송이 종교적 관점과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문제라면 모를까 종교적 현안을 그대로 지적한 내용이 왜 문제가 되는지 해당 방송 시청자와 청취자들이 더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방송 모두 ‘문제없음’ 의견을 낸 위원의 경우 “(차별금지법의) 긍정적 면만 부각하는 건 위험하다. 종교방송의 역할을 다한 훌륭한 방송”이라는 의견을 냈다. 5명의 심의위원들 사이에서 이토록 극과 극의 평가가 나왔다는 점만 봐도 이 문제가 개인의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이런 편차가 큰 사안에 대해 무리하게 제재를 가하려 한다면 이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국민적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로 비칠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아무리 권한이 있는 심의위원이라도 자기 맘대로 그 권한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종교의 영역은 타 종교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나 현저히 사회적 보편상식에 벗어나거나 거짓이 아니라면 함부로 제재 권한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로만 인식하는 것은 분명한 역차별이다. 국회에 상정된 법안에 대해 무조건 찬성하고 따르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는 자체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틀 안에 가두고 제재하고 억압하는 것이야말로 전근대적이고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