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향년 78세의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상주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은 예정대로 26일 진행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26일 오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들의 법정 출석 의무는 없다.
베트남 출장 복귀 이후 국내에 있던 이 부회장은 재판부로부터 소환을 통보에 재판에 출석하려 했지만, 전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타계함에 따라 출석이 어려워졌다.
앞서 특검은 "제시한 가중요소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감경요소도 아닌 준법감시위에 대해서만 양형심리를 진행했다"며 재판장인 정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다. 서울고법이 기각하자 대법원에 재항고까지 했다.
대법원도 재항고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으로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보이지도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지난 1월17일 이후로 중단됐던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283일 만에 열리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2일 시작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인데 이어 2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11월 이후 무려 4년 가까이 ‘사법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지금까지 검찰에 10차례나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잉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은 무려 80차례 열렸고,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은 1심에서만 53차례를 포함해 총 70여차례에 달했다. 특히 오전에 시작된 재판이 다음날 새벽에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재판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 등과 관련한 수사에서도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향후 몇 년간 이 부회장이 재판 일정에 얽매이게 되면서 삼성의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우려도 이어진다. 기업이 모든 역량을 결집해도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경영 공백이 미래 경쟁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은 이미 사법리스크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도 최소 4~5년 힘들고 긴 법정 다툼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은 최근 반도체 시장 등 격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과 더불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가운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