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세계관들을 살펴 볼 때 기독교 세계관이 아닌 다른 세계관들도 신학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에이지나 이슬람은 직접 신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신학이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세속적 인본주의나 마르크스주의 같은 세계관에도 신학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존재론, 기원론과 인식론을 다루다 보면 모든 세계관에 종교적 선언이 있음을 알게 된다. 기독교와 이슬람에는 “태초에 신이 계셨다.” 인본주의, 공산주의와 포스트모던에는 “태초에 신이 없었다.” 뉴에이지에는 “모든 것이 신이다.”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은 그 외의 몇 가지 요소로 인해 종교적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주장한 변증법적 유물론은 사물에 신의 속성을 부여한다. 구스타프 웨터는 그의 저서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한다.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에서는 지극히 높은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다. 세상은 지속적인 발전의 과정 속에 있는데 그 과정은 무한을 향해 나아간다. 따라서 유물론에서 물질에 가해지는 무한한 변증법적 변화는 물질에 정신적인 속성뿐만 아니라 신성마저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인본주의자 버트랜드 러셀도 마르크스주의의 종교성을 인정하였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위협은 공산주의라는 새로운 종교로부터 온다. 이들의 삶의 방식은 자신들의 교리(이념)에 근거하고 있고, 자신들의 신적 역사(변증법적 유물론)와 메시아(마르크스), 그리고 사제(공산당원)를 갖추었다. 어떤 교리를 종교로 인정하는데 그 이상 더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들은 독재자처럼 자신들의 이념에 어긋나는 모든 세계관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그 중에서도 기독교를 가장 싫어하고 핍박한다. 공산주의의 설계자인 마르크스는 종교(기독교)에 대해 “억압받는 피조물들의 한숨이며, 무자비한 세상의 본질이며, 영혼 없는 상황의 핵심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인민에게 환상의 행복(종교)을 폐지해야, 진정한 행복(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레닌은 마르크스의 이념을 현실에서 실행하여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리고 공산주의 소비에트 연합(소련)을 설립한다. 레닌은 “하나님이라는 개념은 노동자들이 신화 속에 나오는 천국이라는 ‘영적 독주’에 취해 당면한 경제적인 가난을 잊게 만든다. 이 독한 술 한모금만으로도 압제자인 부르주아를 쳐부수려는 혁명적 열의가 낮아진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신학은 한마디로 독단적 무신론이다. 신이 어떤 존재이든 간에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수 없으며,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레닌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은 스탈린이나 후르시쵸프 역시 “종교라는 아편의 마술적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라고 공언하였다. 그들은 성직자들을 ‘부르주아의 종’이라 선언하였다. 교회의 모든 재산은 몰수당했고, 믿음을 지키던 성직자와 신도들이 투옥되거나 사형을 당했다.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배급표가 주어지지 않았고, 그 자녀들의 교육기회는 박탈당했다.
한때 마르크스주의 이론에서 무신론적인 주장을 약화시키는 노력이 부분적으로 행해진 바 있었다. 순진한 기독교인이나 다른 종교인들을 해방신학 운동과 같은 친-공산주의 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과학적 무신론’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신을 직접 공격하기 보다는 과학을 앞세워 초자연적인 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 공산주의 강령이 과학적이며 유물론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선전하고, 무신론적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런데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를 혼합시키는 그들의 꼬임에 말려들고 있다. 기독교 좌파로 알려진 일부는 마르크스주의의 특정 신조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들 중 어떤 사람은 마르크스를 아모스 선지자에 비교하였다. 또 메리놀회 사제들, 해방신학자들, 예수회 수도자들,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사회주의 편에서 그들과 협조한 바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그들의 통일전선전술에 말려들어 이용만 당한 후 제거된다.
루카치와 그람시 등에 의해 주장된 문화주도권(cultural hegemony), 특히 성문화 주도를 통한 혁명이론은 프랑크푸르트학파에 의해 계승되었다. 이 마르크스주의 두뇌집단은 미국과 유럽에서 상당기간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초기 마르크스주의 운동의 실패를 비판하며 기독교의 핵심가치인 가정-성-생명의 윤리를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가정, 교회, 국가의 근본을 뒤흔들 때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할 수 있다는 투쟁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성 문화혁명의 중심 사상은 젠더이데올로기로 요약될 수 있는데, 개개인의 성 정체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신학적으로 하나님이 정해주신 성을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거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도발이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수정의 순간 XX, XY 성염색체의 조합에 의해 결정되는 남녀 두 가지 성을 인간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거나, 양성 이외의 다른 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과학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무신론이라는 신학에 근거하여 기독교 신학을 무너뜨리려는 것이 젠더이념인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 무신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기독교의 윤리기준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인정하지만, 하나님의 존재와, 그분이 우리 삶에 개입하거나, 동행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도 동일하다. 무신론적 학교교육과, 젠더이념을 통해 세뇌된 우리의 자녀들이 기독교 무신론으로 넘어가고 있다. 우리가 자녀들과 대화하지 않는 동안 학교를 통해 무신론으로 세뇌당하면서, 동성애에 포용적이고 젠더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인권이라고 배우고 있다. 자녀들의 교육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침묵함으로써 빼앗긴 교육의 방향을 정상화하는 것이 절실한 때이다.
묵상: 우리 자녀들이 기독교 무신론이 아닌지 대화를 통해 진단해 보자.
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약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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