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것이 진짜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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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미국 변호사

요즘 우리 사회는 언어 사용에 많은 혼란이 있는 것 같다.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단어의 뜻을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해석한다. 예를 들어 '극우'라는 단어는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즘이나 파시즘처럼 폭력적인 국가 전체주의나 사회주의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보수 개신교라는 단어와 세트로 사용되고 있다. 기독교가 폭력집단도 아니고 전체주의나 사회주의와는 상극인데, 왜 언론에서는 극우라는 단어를 기독교에 붙여 사용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또 다른 단어로는 '진보'가 있다. 원래 진보는 다소 급진적인 방식으로 사회를 변화, 발전시키려는 세력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좌파와 세트로 사용되면서 하나님 없이 인간의 능력과 인간적인 방식으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인권'이라는 단어도 각 사람의 입장에 따라 모두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낙태' 이슈이다. 작년 헌법재판소에서는 형법에 있는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올해 말까지 대체 입법을 내놓으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임신 14주(3개월 반)까지는 아무런 제약 없이 여성이 원하면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고, 임신 24주(6개월)까지도 사회, 경제적인 이유가 있으면 낙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하여 낙태를 반대하는 쪽(Pro-Life)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낙태의 90% 이상이 임신 12주 이하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14주까지로 확대하는 것은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과 다름이 없고, 심지어 6개월 된 아기를 사회, 경제적인 문제로 죽이겠다고 하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인권인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낙태를 찬성하는 쪽에서(Pro-Choice)는 정부에서 14주니, 24주니 하는 기간을 정해 놓는 자체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여성을 처벌하는 심각한 인권유린이라며 무제한적이고 전면적인 낙태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정부 안으로도 사실상 낙태를 원하면 미성년자도 부모의 동의 없이 낙태를 할 수 있다. 24시간의 숙려 시간이나 상담이 있다 해도 그저 요식행위에 불과하거나 오히려 낙태를 잘 할 수 있게 해 주는 정보를 전달해 주는 통로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는 데도 소위 '진보' 여성단체라는 곳에서 '낙태'를 '임신 중단'이라고 말하고, 임신을 중단시킬 권리는 임신한 여성이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한쪽에서는 태아의 인권을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여성의 인권을 말하니 그들이 각각 말하고 있는 인권의 내용은 무엇이며 어떤 인권이 우선순위를 가져야 하는지 헷갈리기만 하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인 인권이 있다고 말한다. 그 보편적인 인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라는 사실에 있다'고 설명한다. 그것이 바로 천부인권 사상이다. 천부인권은 어느 누구도 마음대로 빼앗을 수 없다.

낙태 이슈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태아가 천부인권을 부여받은 사람인가, 아닌가'의 문제이다. 태아가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다면 당연히 사람인 여성의 인권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또는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라고 한다면 그 존재는 단순한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기대와 소망을 담아 자신의 형상으로 이 땅에 보내신 귀한 사람이다. 이렇게 창조된 한 사람의 생명권은 다른 한 사람이 주장하는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 또는 성적인 자유를 누릴 권리보다 우위에 있다.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사는 사회는 불완전하고 타락한 세상이다. 그래서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낙태해야 하거나 엄마를 위해 아기의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사회는 가능한 한 생명을 살리려는 방향으로 함께 협력해 나가야지, 생명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하고 부추기는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중국 공산당이 계획적으로 위구르 민족을 말살시키기 위해 18세 이상 50세 이하 여성들에게 강제적인 불임시술을 시키고 있다는 소식을 보았다. 한 민족을 땅 위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중국 공산당이 저지르는 만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엄혹한 상황 가운데 위구르의 여인들은 아기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당근마켓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에 어떤 여성이 태어난 지 36주(실제로는 태어난 지 3일 된 아기) 된 자신의 아이를 20만 원에 입양(판매?) 보내겠다는 광고를 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사회에 미래가 있을까? 있다 한들 어떤 미래가 닥쳐올 것인가?

인권이란 단어는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며, 낙태를 옹호하면서 여성의 인권을 운운하는 사람들은 진짜 진보가 아니다. 낙태할 수밖에 없는 여성을 도와 엄마와 아이를 살려내고 그들이 져야 할 짐을 나눠서 지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진짜 진보이고, 그런 사회가 진짜 살 만하고 진보된 사회이다. 생명을 하찮게 여기면서 인권을 말하고 스스로를 진보라고 말하는 자들은 이제 그 입을 좀 다물었으면 한다.

정소영(미국 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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