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의 조건 3가지와 한국의 상황

교회일반
목회·신학
장지동 기자
zidgilove@cdaily.co.kr
한국개혁신학회·기독교통일학회 공동 학술대회
독일통일 3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유튜브 영상 캡쳐

한국개혁신학회와 기독교통일학회가 공동으로 17일 오전 서울 총신대 사당캠퍼스 제1종합관에서 독일 통일 3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통일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회는 온라인 화상회의 앱인 ‘줌’(ZOOM)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온라인 중계됐다.

이날 개회예배는 이은선 학회장(한국개혁신학회)의 인도로, 이상복 목사(창훈대교회)의 설교, 이재서 총장(총신대)의 인사말, 안인섭 학회장(기독교통일학회)의 기도 순서로 진행됐다.

설교를 맡은 이상복 목사는 ‘마중물’(요나3:1~10)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이 목사는 “손에 잡히는 것 눈에 보이는 것 없으며, 아직 선명하게 들리는 것은 없지만, 북한 땅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각자의 자리에서 마중물을 중단 없이 계속 붇게 된다면 그 마중물을 통해 하나님의 결정적인 때에 생명의 역사를 만들어 내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재서 총장은 인사말에서 “(북한 선교와) 북한 사람들을 위한 우리의 어떤 사랑의 접근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가 사전에 준비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런 뜻깊은 세미나는 정말 귀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영한 박사가 독일 통알 30주년 기념 학술대회 첫 번째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줌 영상 캡쳐

이후 첫 번째 주제 강연자로 나선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명예교수)는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통일 독일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직도 심한 갈등관계와 지난 문 정부 3년 반 동안 북핵 폐기 노력의 공허 속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요원하기만 하다”며 “서독의 경우 통일 정책이 추진되었다고 하기보다는 동방정책으로 인적 물적 교류에만 힘쓰니 통일은 1989년 동구권의 민주화 물결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 통일이라는 말은 팽창되어 있으나 역대 진보 정부에 의하여 대통령들(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평양 방문이 있었고 남북 평화선언이 있었으나 오늘날 남북의 관계는 한치의 진전도 없다”고 했다.

이어 “독일이 30년 전에 그처럼 누구도 예측하지 않았던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세 가지 통일 조건이 갖추어졌기 때문”이라며 “먼저는 서독이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번영을 이루어서 내부적으로 동독을 흡수할만한 정치사회적 역량이 갖추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둘째는 동독이 서독을 인정하고 국민들의 투표에 의하여 흡수통일을 결정하였기 때문”이라며 “동독은 동구권 공산국가들 가운데 잘 살았고, 제한적이나마 교회도 인정하고 서독의 동방정책에 수용적으로 반응했다. 셋째는 동구권의 민주화와 소련의 붕괴라는 외부적 여건과 나토 진영에서도 독일 콜 총리가 이러한 역사적 부름에 응하여 영국 대처 총리와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회담하여 저들의 지지를 받아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일의 경제적 능력으로 동독에 주둔한 소련 군대에게 충분한 퇴각 경비와 아울러 소련 경제에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그렇다면 한국은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았는가”라며 “먼저, 한국사회가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다. 경제적으로는 북한을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정부가 과연 북한과의 자유민주체제의 통합을 할 수 있는가? 현 정부는 실효성 없는 연방제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연방제는 예멘에서 보듯이 전쟁으로 빠질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둘째, 북한정부는 교조적 세습 왕조체제로서 한국을 공산화하려고 하지 결코 대화와 상호 협력으로 나오지 않는다. 지난 3년 반 동안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의 파탄이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 대한 폭파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났다”며 “셋째, 동북아의 국제 정세가 한반도 통일에 어려움을 가져다 준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으로 중화제국주의로 남아시아 국가들을 경제적으로 침략하여 이들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전 방위적 갈등과 대립 속에서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등 국가들과 영토 분쟁에 휩싸여 있다. 미국은 중국을 중공이라 부르며 대만과의 수교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군의 전략자산을 남중국해와 한국, 일본, 등지에 갖다 놓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러한 위기 일발의 상황은 백년 전 조선말의 시기와 비슷하다. 대한제국이 친중쇄국 정책으로 나라를 잃었는데 오늘날 한국 문재인 정부는 탈미 친중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 플러스(quad plus,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안보동맹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아시아판 나토)에 참가하지 않는 것도 한반도 통일에 미국의 지원을 받는 것을 스스로 뿌리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친미교중, 대북 상호주의 정책으로 북한정권보다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통일 정책을 미래지향적으로 실정해야 한다”고 했다.

주도홍 박사가 두 번째 주제강연자로 나서 강연을 하고 있다. ©줌 영상 캡쳐

두 번째 주제 강연을 맡은 주도홍 박사(기독교통일학회 설립 및 명예회장, 한국개혁신학회 전 회장)는 “2020년은 독일 통일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과거가 오늘의 큰 자산이 된 나라가 21세기 독일”이라며 “통일독일은 나치 히틀러의 정복욕에 가득한 세계대전, 잔인무도한 600만 인간 학살, 40여 년의 동서 분단의 비극을 극복한 나라이다. 오늘 독일은 역사 청산과 화해와 치유를 통해 국제 사회의 모델국가로 당당히 섰다. 역사, 문화, 윤리, 환경, 인권, 국방, 정치, 경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넉넉한 나라가 됐다. 21세기 세계 어느 국가도 당분간 독일의 정신적 자산을 뛰어넘을 나라는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현재 세계에서 제일 허약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본다. 한국은 아파트를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오는’(영·끌) 심각한 물질주의 사회이며, 냉전 시대의 유물인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한 세기 가까이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의 지독한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자살률 하루 26.6명으로 세계 1위, 출산율 0.92명으로 세계 꼴찌이다. 한국교회도 10년 동안 급격한 교인 감소로 심각한 위기 가운데 있다. 분단의 땅 한반도에 평화의 사도로 보냄을 받은 한국교회는 평화를 심고 가꾸고 일구는 자(the peace maker)이기보다는 도리어 갈등의 한 축, 갈등 당사자의 모습이다. 생명을 살리는 예수 복음으로 인간 이념에 의한 갈등과 상처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한국교회는 안타깝게도 세상 이념과 싸우는 갈등 생성자(the trouble maker)이니, 죽음까지도 넉넉히 이긴 예수 부활의 생명의 능력은 여전히 저만치 교회 밖에서 서성이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혁신학은 이러한 때 무엇이라 말할까”라며 “개혁신학은 개혁교회의 신학(The Theology of the Reformed Church)으로, 역사적 출발점은 16세기 스위스 종교개혁이다. 스위스 취리히의 종교개혁자 츠빙글리(H.Zwingli, 1484~1531)와 한 세대 후에 태어나 제네바에서 활약한 칼빈(J. Calvin, 1509-1564)의 신학이 그 뿌리다. 문제는 한국 장로교회는 그 역사적 정체성을 종종 망각한 채, 영국의 청교도 신학이 모든 것인 양 여긴다”고 했다.

또 “17세기 영국에서 형성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1647년)은 장로교의 소중한 뿌리이며 유산인 것은 사실이나, 개혁신학을 논할 때는 16세기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대륙의 교회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교회는 21세기 분단의 땅에서 살아가며 대내외적으로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데,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 신학적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개혁신학의 구호 ‘개혁된 교회는 지금도 개혁되어야 한다’(reformata Ekklesia semper reformanda)는 오늘도 예외 없이 한국교회의 갱신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1523년 6월 24일 스위스 베른(Bern)에서 츠빙글리는 ‘하나님의 의와 사람의 의, 어떻게 둘이 서로 상관이 되는지’라는 주제로 설교하여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며 “츠빙글리가 말하는 요지는 다섯 가지를 말하면 먼저 중세교회의 전통을 그저 고수하려는 입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둘째, 인간의 모든 법을 폐지하려는 극단주의자들을 거부하고 셋째, 성경은 경제와 정치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며 넷째, 복음에 근거하여 교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다섯째, 성경은 귀족 또는 농부 한편만을 대변하는 일방적 정의를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츠빙글리는 사람들이 더불어 살기 위해 인간의 정의가 요구되는데, 그 정의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며 “츠빙글리는 빈번하게 성경을 가져와 하나님의 의를 설명한다. 하나님은 모든 깨끗함, 올바름, 정의, 선의 원천으로서 의롭다. 정의 자체이신 하나님은 근본적으로 모든 의의 원천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한 그대로 존재하는 분으로, 말과 행위가 일치한다. 문제는 죄에 추락한 인간은 그 하나님의 의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주어 그를 믿는 자들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데, 이 소식이 바로 복음이다. 사람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께 나아간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츠빙글리가 강조하는 삶은 자유로운 영혼의 이웃을 위한 삶이다. 크리스천은 타인을 위한 존재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고,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존재가 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고전9:22)이라며 “츠빙글리가 경고하는 삶은 자신만을 위해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을 받은 인간은 위험에 처할지라도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함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조국을 위해 산다. 사람은 항상 명예욕을 조심해야 하는데, 순수한 목적에서 떠나기 때문”이라며 “기뻐하는 사람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사람과 함께 슬퍼할 수 있어야 한다(롬12:13). 그러면서도 절제를 잃지 않아야 하고, 존경할 자를 존경하며, 비난받을 자를 경멸한다. 이웃이 곤경에 처할 때, 첫 번째로 달려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끝까지 도움을 주는 마지막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주 박사는 “인간관계에서 모욕을 모욕으로 갚으려 하지 말고, 너무 억울해서 참을 수 없다면 법으로 하면 된다. 타인을 향한 훈계는 사랑을 가지고 친절하고 사려 깊게 이루어질 때, 상대방과 가까워질 수 있다”며 “진리를 추구하는 태도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매우 단호해야 하며 진리에 굳게 서 있어야 한다. 이웃에게는 간교와 거짓을 멀리하고, 두 마음을 멀리하며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이 모든 교훈의 시작이요 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분단 시절 서독교회가 동독을 위해 말없이 행했던 성령의 열매 디아코니아를 기억하고, 남북의 분단을 종식하고 하나 되는 용서, 자유, 평화, 민주 통일을 바라는 한국교회의 처음과 끝은 평화의 왕이요, 진리의 주인이신 예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이수봉 교수(하나와여럿통일신학연구소)가 ‘생태학적 통일신학’이라는 주제 발제를 시작으로, 이종민 교수(총신대 기독교교육) ‘통일한국시대를 대비한 교육리더십 개발’, 박성철 교수(경희대 객원교수) ‘권위주의적 기독교 근본주의와 분단의식’, 오일환 교수(한양대) ‘북한 신정체제 분석과 복음적 평화통일 모색’, 조영호 교수(안양대) ‘녹색통일’이라는 주제 순서로 각각 발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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