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오전 0시부터 평양에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7시부터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은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수만명의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이날 오전 0시부터 진행됐다.
북한은 새벽에 열병식을 연 전례가 없다. 통상 열병식은 군 전력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라 어두운 환경에서 열리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관측과 달리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불꽃놀이와 LED 전투기를 동원한 에어쇼 등 조명을 활용한 여러가지 장치들로 행사의 극적 요소를 극대화시켰다.
열병식은 군인들의 행진과 군악대의 연주로 시작됐다. 군인들은 대오를 이뤄 당 창건 기념일을 상징하는 숫자들로 대형을 만들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색 양복 차림으로 0시21분께 행사장에 나타나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주석단(귀빈석)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관중을 향해 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주석단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가 자리했다.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재룡·리일환·최휘·박태덕·김영철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간부들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연단에 서서 준비해온 원고를 보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 이 행성에 장기적 제재에 모든 것이 부족한데도 방역도, 재해 복구도 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올해 북한이 처한 3중 위기를 언급했다.
그는 특히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었다. 한 명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어서 정말 고맙다"며 "오늘 이 승리는 인민 스스로 이뤄낸 위대한 승리"라고 추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방역과 재해 복구에 앞장선 군 장병들이 열병식에 참석하지 못 했다며 울먹였다. 또 인민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며 남측에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나는 우리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면서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의 전쟁 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국가 안전을 위협하고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우리의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열병식에서는 신형 전략무기들이 대거 공개됐다.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형'이 등장했고, 열병식 맨 마지막 순서에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선보여졌다. 신형 ICBM은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렸다.
초대형 방사포와 대구경 조종 방사포,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등 신형 전술무기 4종도 모습을 드러냈다.
열병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과 당·정·군의 간부들, 군인들과 주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음을 대외에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