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차벽’ 세워 개천절집회 전면 차단
‘방역’ 목적이라지만 野 “문리장성 쌓나”
2011년 위헌 결정… “차벽, 마지막 수단”
“다른 밀집지역 봉쇄않고 집회만 막아”
지난 개천절 광화문광장에 다시 등장한 '차벽'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야권에서는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헌재 결정이 난 이후에도 이전 정부에서도 줄곧 차벽을 설치해왔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 등이 반론으로 거론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 경찰 버스를 세워 집회를 전면 통제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야권에서는 즉각 비난을 쏟아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반정부 집회가 예상되는 도로에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할 '문리장성'을 쌓았다"라며 "광화문광장에 나와 소통하겠다더니 국민 목소리를 '노이즈 캔슬링'했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기현 의원은 "열린 광장이 돼야 할 광화문에 철옹성 같은 차벽을 세웠다"면서 "개천절이 아니라 '폐천절'이 되고 말았다"고 얘기했다.
경찰의 조치가 헌재의 결정을 거스른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1년 A씨 등 참여연대 간사들이 "서울광장의 통행을 제지한 것은 위헌"이라며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당시 경찰은 지난 2009년 6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 차량으로 벽을 세워 광장 진입을 봉쇄한 바 있다.
헌재는 "통행 제지 행위는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이러한 공익의 존재 여부는 추상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며 결정 이유를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방역 목적이라면 광화문광장 집회 말고도 다른 곳에서 사람들이 밀집되는 것을 제한해야 했다"면서 "광장으로 모이는 것을 전면 제한한 것은 헌재 결정에도 맞지 않고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경찰개혁위원회도 지난 2017년 집회 참가자들의 과격 행위를 제지할 수 없는 경우에만 차벽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라고 권고했으며, 경찰이 이를 수용한 바 있다.
다만 경찰은 광복절 집회 때와 같은 감염병 위험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지난 8월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한 이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경찰의 집회 대응을 나무라는 목소리가 일부 있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