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사이어는 “세계관이란 실재의 근본 구성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련의 전제들의 집합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우리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 실재(reality)의 근본 구성이 운영되는 원리를 배우고, 그 배운 원리들을 삶에 적용하고 그 결과들을 경험한다. 이렇게 배우고 경험한 것들 중 진리라고 생각하거나, 선호하거나,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일련의 전제들을 모두 모아둔 것이 바로 세계관이다. 그러므로 세계관은 전 학문 분야를 망라하는 관점이며, 실제적으로 우리의 삶에서 부딪치고 경험하는 모든 분야에 대한 관점이다.
데이비드 노에벨의 “충돌하는 세계관”에서는 신학, 철학, 윤리학, 과학, 심리학, 사회학, 법학, 정치학, 경제학, 역사학 등 삶을 바라보는 10개의 대표되는 학문분야를 통해 각 세계관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들을 비교하고 있다. 각 세계관들은 각 학문분야에 접근하는 특정한 관점을 제공한다. 반대로 각 학문분야는 세계관과의 밀접한 관계로 인해 특별한 가치를 지니며 발전한다. 각 학문분야들은 각 세계관에서 유래한 실재를 이해하는 기본 가정이나 가치체계 위에 형성되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각 세계관마다 각 학문을 이해하는 독특한 방식을 가진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10개의 학문분야에 대한 6~7개 세계관의 관점들을 함께 살펴볼 때 지나치게 분석적인 접근이나 학문적으로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의 믿음체계와 가치체계를 가지고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법학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규칙이 어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질 수 있다. 정치학은 전혀 배운 적이 없지만 우리의 정치권이 이렇게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은 가지고 있다. 경제학은 전혀 모르지만 어떻게 해야 많은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겠는지에 대해서는 각자 나름의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 학문분야 자체와 세계관이 서로 얽혀서 발전해 가는 방법을 해체와 분석보다는 융합과 통섭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 각각의 학문분야는 다른 분야에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신학과 철학과 윤리를 구분하는 경계는 불분명하며 윤리와 법의 구분도 인위적이다. 법, 정치, 경제를 서로 떼어놓고 설명하기도 힘들다.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받은 교육이나 경험이 아닌 성경 속에서 각 학문분야들의 기준을 찾아내어 자신의 기독교 세계관의 정립에 적용해야 한다. 데이비드 노에벨이 제시한 것처럼 창세기에서 우리는 10개 학문분야를 설명하는 구절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성경 말씀을 통해 각 학문분야가 창조질서의 어떤 측면들을 드러내고 강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신학과 철학: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1:1)
윤리: “선악을 알게 하는” (2:9)
생물학: “모든 생명을 그 종류대로”(1:21)
심리학: “생령이 된지라” (2:7)
사회학: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1:28)
법률: “내가 네게... 명한” (3:11)
정치(또한 다시금 법률):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9:6)
경제학: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 (1:29)
역사: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3:15)
또한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시는데, 각 학문분야에 대하여 각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계시하신다.
신학: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골 2:9)
철학: 하나님의 말씀 (요 1:1)
윤리: 참 빛 (요 1:9; 3:19-20)
생물학: 생명 (요 1:4, 11:25; 골 1:16)
심리학: 구주 (누 1:46-47; 디 2:13)
사회학: 아들 (누 1:30-31; 사 9:6)
법: 법의 제정자 (창 49:10; 사 9:7)
정치: 만왕의 왕 또 만주의 주 (계 19:16 ; 딤전 6:15; 사 9:6; 누 1:33)
경제학: 모든 것의 소유자 (시 24:1; 50:10-12; 고전 10:26)
역사: 알파와 오메가 (계 1:8)
이처럼 구체적인 성경말씀의 기준을 가지고 자신의 성경적 세계관을 정립하고 삶에 적용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또한 성경 전체를 통해 드러내신 하나님의 뜻을 통전적으로 이해하여 한 구절에 묶여 편향된 성경해석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서, 그리고 그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드러난 그 복음의 진정한 의미를 각 분야에 구체적으로 적용해 나가는 일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세계관의 정립은 한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며 평생에 걸쳐 자신의 관점을 성경의 다림줄에 비교 검토하며 쌓아나가는 성화의 과정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묵상: 성경 말씀이 내 삶 혹은 학문적 전공분야에서 분명한 기준이 된 것이 있는가?
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약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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