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교단인 예장 합동과 통합의 제105회 총회가 지난 21일,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치러진 총회는 예상보다 더 많은 실망과 숙제를 남긴 채 끝났다. 하루도 아닌 반나절이라는 역대 가장 짧은 시간에 끝낸 총회라는 기록은 차치하고라도 어쩔 수 없는 여건을 탓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부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교단은 한국교회에서 규모로나 내실, 역사성에서 한국 장로교를 대표해 온 교단이다. 그러나 이번 온라인 총회로만 본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두 교단이 디지털 시대에 최첨단의 온라인 총회의 새로운 역사를 써주기를 바랐던 것이 잘못이었는지, 보여진 현실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었다.
우선 예장 통합은 오후 1시에 개회해 5시까지 4시간을 개회예배와 예식, 임원선거에 시간을 거의 다 쓰는 바람에 정작 총대들의 관심이 집중된 주요 안건은 아예 상정조차 못했다. 처음부터 모든 안건토의를 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고 해야 맞다.
예장 합동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오후 2시에 개회돼 7시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임원선거에 썼다. 경선으로 치러진 장로부총회장 선거가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일부 총대들이 개회 벽두에 민감한 이슈를 제기했으나 총회를 진행하는 센터와 지역의 30여개 교회의 온라인망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일부 총대들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쏟아내며 항의했으나 온라인 불통에 모조리 막혔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견되었다. 우선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하에서 어쩔 수 없이 처음 시도하는 방법이라는 점과 반나절로 무리하게 단축한 일정, 낯설고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최소한 만반의 기술적 시스템을 갖추었어야 했는데 그 어떤 것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대들에게 배포된 보고서와 순서지 어디에도 절차에 대한 정확한 안내와 양해가 없었다. 수많은 헌의안과 각 상비부와 특별위원회의 청원사항을 심도 있게 처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나 짧은 게 뻔해 보이는데 현장에서 그냥 부딪쳐보겠다는 것이었다면 그것 자체가 가장 큰 불통이었다.
비단 시간뿐이겠는가. 아무리 기술이 발전을 했다지만 35개에서 37개까지 거점교회로 흩어진 총대들과 영상으로 연결해 총회 현안을 논의한다는 자체에 분명한 한계를 노출했다. 결국 처음부터 총회 임원회가 그 짐을 떠맡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버린 것이다. 1,500~1.600명의 총대들은 잠시 모였다 흩어지고 총회 임원회가 많은 안건들을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잘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을 벌써부터 하게 되지만 그보다 앞서 드는 의문이 있다.
먼저 온라인 총회는 그동안 어느 교단도 해본 경험이 없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런 이상한 총회를 할 이유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국내에 코로나19가 확산된 지 8개월이면 지금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좀 더 꼼꼼한 대비를 할 수 없었느냐 하는 것이다.
두 교단은 한교총의 주축 교단으로 이미 정부와도 여러 차례 교감을 나누며 이런 상황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수도권 교회의 현장예배가 금지되고 비대면 예배를 한 달여 드리고 있는 실정에서 처음부터 왜 보다 현실적인 대안에 접근하지 못했느냐 하는 점이다.
기술적인 미비점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처음 시도한 자체가 앞으로 보다 나은 기술 축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두 교단이 공히 보여준 문제는 총회를 진행하는 방식과 집행부의 마인드이다. 예장 통합 총회에서 새문안교회 이상학 목사는 “3일짜리 총회를 하루로 줄이고 하루를 또 다시 4시간으로 줄이더니 금쪽같은 시간을 대부분을 의전에 다 쓸 수 있는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발언 안에 모든 문제점이 집약돼 있다.
두 교단은 한국교회 총회 역사상 가장 새롭고 생소한 시도를 했다. 총회 직후 온라인 총회를 하느라 애쓴 통합 측 총회직원이 숨진 사건은 참으로 애석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두 교단은 총회 이후의 남겨진 무거운 과제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대비하기 바란다.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생리학자 고 하버트 스탠서 교수는 “좌절의 시간은 잊으라. 그러나 그것이 준 교훈은 절대 잊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사상 최초의 온라인 총회를 통해 드러난 실수는 덮어주고 잊을지라도 앞으로 두 교단은 코로나19로 고통당하는 국민과 한국교회에 소망이 되기 위해 보다 심기일전해야 하는 숙제까지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