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서 ‘고아’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사례를 보호종료아동 당사자가 직접 조사하고, 이러한 내용을 미디어 종사자 및 대중에게 알려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아름다운재단 보호종료아동자립지원<열여덟 어른>캠페인 '손자영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아동양육시설 및 위탁가정에서 지내던 청소년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면 살던 곳을 떠나 자립해야 하는데, 이들을 가리켜 ‘보호종료아동’이라 한다. 이들은 경제적인 문제 외에도 '고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학교나 일터에서 차별을 겪는 등 소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손자영 프로젝트'는 ‘고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고아’를 보여주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보호종료아동 당사자인 대학생 손자영 캠페이너는 미디어 속 ‘고아’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 근 10년간 나온 드라마와 영화 가운데 ‘고아’ 혹은 ‘보육원 출신’으로 나오는 등장인물 46명의 특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미디어에 등장하는 '고아' 캐릭터는 △악인 △범죄자 △야심가 △복수파 △동정의 대상 △비현실적 긍정파(캔디) 총 6개 유형으로 나뉘었다. 대부분의 드라마와 영화가 ‘고아’캐릭터를 만들고 대하는 방식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영화 <악인전>에서는 연쇄살인마 ‘강경호’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갖게 된 이유를 ‘부모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고아’설정을 그 자체만으로 캐릭터의 특성을 설명하는 일종의 장치처럼 이용했다. KBS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에서는 '고아'로 등장하는 인물인 ‘강시월'을 향해 “고아XX라더니 아주 그냥 쓰레기다, 고아XX들은 어떻게든 티가 난다”고 비난하는 장면을 내보내며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또한, ‘고아’ 캐릭터가 여성인 경우에는 뜻을 이루기 위해 남성을 유혹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로, 남성인 경우에는 범죄에 연루되거나 폭력적인 성향으로 묘사되는 등, ‘고아’에 대한 편견이 성별에 따른 편견과 더해졌을 때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층 더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자영 캠페이너는 다른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과 함께 미디어 속 보호종료아동이 차별받는 장면 등을 당사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일러스트를 제작해 언론사와 영화사 등 미디어 종사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이를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도 공개해 대중에게도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손 캠페이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고아’캐릭터가 등장하면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내 친구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 때가 있다“며 “미디어에서 먼저 보호종료아동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으로 보여주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으로 조명한다면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프로젝트 참여 취지를 밝혔다.
아름다운재단은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캠페인 <열여덟 어른>시즌2를 올해 말까지 전개한다. 보호종료아동 당사자 6명이 각자의 이름을 내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캠페인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전액 보호종료아동 자립 지원에 쓰인다. 기부 참여 방법과 프로젝트 소개 등 자세한 사항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https://beautifulfund.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