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방부 등을 압수수색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부의 민원'으로 추정되는 녹취 파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화의 '내용'이 이번 수사의 최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덕곤)는 전날 국방부 민원상담센터, 국방전산정보원 등을 압수수색했다. 충남 계룡대에 위치한 육군본부 정보체계관리단도 압수수색했다. 오전에 시작된 압수수색은 오후 8시께 종료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추 장관 부부의 국방부 민원으로 추정되는 통화 내용을 확보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방부의 민원 콜센터나 이런 데에 있는 녹취파일이나 기록들, 저희가 절대 삭제하거나 하지 않고 오늘(15일) (검찰이) 압수수색해서 가져갔기 때문에 근거자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방부 인사복지실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관련 문건'에서는 추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부모(추 장관 부부)가 병가 연장 방법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국방부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돼 있다.
문건 중 서씨의 2차 병가 기록 관련 2017년 6월15일 '병가 연장에 따른 통화 및 조치' 항목에는 "병가는 종료됐지만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좀 더 연장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문의를 함"이라며 "병가 출발 전 병가는 한 달까지 가능하다는 것은 인지시켜줬음에도 본인으로서 지원반장에게 묻는 것이 미안한 마음도 있고 부모님과 상의를 했는데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이라고 적혔다.
추 장관은 이에 대해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아마도 전화가 갔다면 부모님께서 하셨겠지요'라는 그런 흐름으로 저는 읽혔다. 저는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추 장관의 남편이 민원을 넣었을 가능성에 대해 "저와 남편은 주말 부부다. 남편에게 제가 물어볼 형편이 못 된다"고 했다.
국방부는 해당 녹취 파일의 보존 기한이 3년이라며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녹취 파일 등은 중앙서버에 보존된 것으로 전날 파악됐다.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녹취 파일 내용은 추 장관의 수사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 부부가 부정한 청탁만 해도 김영란법을 어긴 것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통화 내용에 따라 청탁으로 볼 수 있을지, 연장 방법 여부 등에 관한 단순 문의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 측이 병가 연장 절차에 대해 단순히 묻기만 했다면 혐의를 벗을 수 있다. 그러나 법령을 위반해 병가 연장을 처리해 달라는 취지로 민원을 넣었다면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는 서씨의 군 휴가 가운데 2017년 6월5일~27일 사이 두 차례의 병가와 한 차례의 개인휴가 사용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고발 사건을 올해 1월부터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3일 서씨를 직접 불러 조사했다. 그 전날인 12일에는 추 장관의 전 보좌관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추 장관의 보좌관은 군 부대에 세 차례 연락해 휴가 연장을 문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씨 측은 검찰 조사에서 "위법한 행위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는 추 장관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고발 사건도 지난 14일 배당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