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도 맞은 집안에서 식구들끼리 싸울 때인가

오피니언·칼럼
사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에서 2단계로 완화되었다. 그러나 한국교회에 대한 대면 예배 금지조치는 해제되지 않았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부 완화한 것은 경제적 이유와 국민들에게 가중되는 피로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돼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지난 1월 20일이다. 그 후 8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치료제나 백신 등 근본적 해결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의 방역 조치는 오로지 국민들의 무한 희생과 고통 감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럴수록 개별 방역주체인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스트레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되면서 중소형 학원과 독서실, 헬스장 등의 실내 체육시설이 개방되고 전국의 PC방 영업도 다시 허용되었다. 그러나 교회의 대면 예배는 여전히 금지되고 있다. 정부의 시각에서 한국교회는 이번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 클럽, 노래방 등 시설과 동격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 공동체가 느끼는 ‘코로나 블루’는 심각 단계를 넘어 위험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앞서 정부의 비대면 예배 조치를 사실상 아무런 저항없이 수용했다. 한교총은 스스로 온라인 예배 연장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의 강압보다는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의식한 결정이겠으나 기약이 없다는 점에서 내부 반발과 저항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한국교회에 돌리고 있는 정부에 처음부터 순치된 교계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자조와 탄식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교총과 NCCK에 모두 가입해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감독인 원성웅 목사가 지난 12일 목회서신을 통해 “20일 주일부터 연회 산하 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드리자”고 제안했다. “주일 예배를 드림으로 발생하는 법적인 책임은 감리교회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한교연은 정부가 수도권의 모든 교회에 대한 현장 예배 금지조치를 내리자 지난 8월 19일 일률적인 행정 조치에 재고를 요청한다며, 공권력이 예배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부산기독교총연합회 등 일부 지역연합회가 회원 교회들을 대상으로 현장 예배 사수를 독려하고 나서면서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이후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를 놓고 교계 내부에 깊은 골이 생겼다. 지금은 한국교회가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위해서라도 자발적으로 비대면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입장과 아무리 코로나19가 엄중한 상황이라도 정부가 교회 예배를 간섭하는 것은 종교탄압이라며 끝까지 현장예배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경기도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현장 예배를 고수하고 있는 교회는 전체의 0.3%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 불과 10여 개 교회만이 현장예배를 고수하고 있고 4천여 교회는 온라인 방식의 비대면 예배로 전환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교계 안에서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를 놓고 갈등과 논쟁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재된 불만과 저항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종교의 자유를 거론하면서 “공무원의 공무집행을 실력으로 방해하는 교회를 대상으로 위반자 모두를 고발조치하고 재범할 수 없도록 수사기관에 구속수사 등 엄정조치를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교회는 방역을 거부하고 정부와 싸우겠다고 한 적이 없다. 다만 방역에 적극 협조하는 것과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그 본질을 침해하는 것까지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정부가 한국교회를 향해 사실상 계엄령과도 같은 현장 예배 금지조치를 내려놓고도 종교의 자유를 들먹이는 데 아무 소리도 못한다면 공권력은 교회를 마구 짓밟아도 좋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아무리 코로나19 방역을 정치적 무기로 국민의 공포심을 조장하고 그 타깃을 한국교회로 삼았다 해도 이건 아니다.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고 결과는 부정한 것이 교회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이 알 뿐 아니라 하나님이 아신다.

울산대 이정훈 교수는 횃불회가 주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회와 목회’ 주제의 강연에서 “코로나가 끼치는 영향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쉽게 정부의 간섭과 통제에 익숙해지는 것”이라며 “전염병이 주는 공포를 막기 위해 우리가 누려야 할 시민적·정치적 권리라든가 자유권의 영역에서, 교회에 함부로 공권력이 들어오는 현상”을 경고했다.

한국교회의 심각한 위기는 코로나19가 아니라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는데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예배 방식을 놓고 서로 옳다 그르다 하며 싸울 때인가. 강도 맞은 집안 식구들끼리 서로 너 때문이라고 손가락질하며 싸운들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 더러 서로에게 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그러니 제발 현실을 직시하자. 서로 갈등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