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완화'라는 표현을 써가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2단계로 내리면서 이번 결정이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방역당국은 그동안의 강화된 방역조치 효과가 본격화해 당분간 환자 수가 더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자영업자 등 일부에 희생을 강요하는 방역 조치만으론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완화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완화 결정에 따른 영향은 민족 대이동과 실내 활동이 늘어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에 유리한 시기가 맞물린 추석 이후에 돌아올 것이라며 경각심까지 풀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카페·식당 등 일부 방역수칙 의무화에도 정부 "거리두기 완화"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0시부터 이달 13일 자정까지 한차례 연장해 수도권에 적용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이른바 2.5단계)가 종료되고 이날부터 27일까지 2주간 거리 두기 2단계가 연장된다.
다만 유통물류센터를 제외한 유흥주점이나 노래연습장, 방문판매 홍보관, 뷔페 고위험시설 12종에 대해서만 집합을 금지하는 기존 2단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수도권에만 적용됐던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 오후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포장·배달만 허용, 프랜차이즈형 커피·음료전문점과 제과제빵점 및 아이스크림·빙수전문점 상시 매장 내 음료·음식 섭취 금지, 실내체육시설·학원 등 집합금지와 같은 조치들은 해제된다.
이번에 2단계를 실시하면서 한시적으로 고위험시설에 포함했던 PC방도 일단 고위험시설에서 제외한다.
대신 프랜차이즈형 카페 등은 마스크 착용·출입명부·테이블간 2m 간격 유지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 준수와 함께 같은 테이블에서 좌석을 한칸 띄워 앉거나 테이블 사이 한 테이블을 띄우기 둘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150㎡(약 45평) 이상 일반음식점 등에서도 저녁과 심야시간 매장 영업을 허용하되 테이블 내 칸막이 설치, 개인 그릇 제공을 권고하고 이행 시 혜택(인센티브)을 주기로 했다.
2.5단계에서 비대면으로 실시토록 했던 교회 예배도 비대면을 원칙으로 하되 교계와 협의해 대면 전환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대신 소모임과 식사는 계속해서 금지한다.
PC방도 집합금지에선 해제되지만 미성년자 출입 금지, 좌석 띄워 앉기, 음식 섭취 금지 등 방역수칙이 의무화된다.
여기에 2단계 기간에는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 시 건강보험을 지원하고 표본 진단검사와 함께 면회금지를 계속하는 등 방역 조치 일부는 강화되거나 유지된다.
고위험시설을 중심으로 실내 50명 이상, 실외 100명 이상 대면 모임 등을 제한하는 기존 2단계와 비교했을 때 방역조치는 일부 강화된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날부터 2주간 적용되는 조치를 두고 2단계 완화라고 설명한 건 '완화'라는 의미를 강조해 방역 효과와 실효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일단 지난달 30일부터 15일에 거쳐 진행된 강화된 거리 두기 2단계 효과가 더 가시화해 향후 확진 환자가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확진자 규모 감소 상황에서 일부 집단, 특히 영세 자영업자 등에게 영업 제한에 따른 경제적 피해 등 희생을 더 강요할 수는 없고 반발 등으로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미 한강공원이나 다른 지역 등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층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강화된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 게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다.
게다가 강화된 2단계 상태에서 중위험시설 조치를 일부만 완화한다는 식으로 결정했을 경우 자칫 '2.25단계' 등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2.5단계→2단계 결정 성패, 추석 연휴 이후에 달렸다
이 같은 정부의 완화 결정은 향후 국내 코로나19 상황에 어떤 영향을 줄까.
우선 단기적으론 평일에도 확진 환자 수가 더 감소해야 한다. 국내 발생 확진 환자 수가 30일 만에 99명으로 100명 아래로 감소한 13일 의심 환자 신고 건수는 7813건으로 전날 1만6246건 대비 51.9%(8433건) 감소했다. 민간병원 등이 쉬는 주말 검사 결과가 반영된 만큼 아직 거리 두기 효과가 본격화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최근 2주간 593명으로 8월25일 이후 19일 만에 500명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확진자 중 23.9%를 차지하고 있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수와 비중을 줄이려면 환자 수가 더 급격히 줄어야 한다. 발생하는 환자 수 자체의 감소도 중요하지만 확진자 수가 줄어 역학조사 등의 업무 부담을 덜어야 기존 환자의 감염 경로 파악도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중요한 건 지금이 추석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 있다.
국내 유행은 이후 2~3월 대구·경북 때를 제외하면 5월 초 연휴와 7월 말~8월 초 여름 휴가철, 광복절과 임시 공휴일이 포함된 8월 중순 등 연휴나 휴가 때 증폭되는 경향을 보였다. 추석은 설 연휴와 함께 시작된 국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인구가 이동하는 시기다. 특히 고령자와의 접촉이 늘어나는 명절 이후 고령 환자 증가가 우려된다.
여기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기온이 내려가고 건조해지면 활성화하는 호흡기 질환 등의 특성과 환기 없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가을과 겨울, 대규모 유행을 걱정해왔다. 그리고 이번 추석 연휴는 이러한 우려들이 맞물리는 시기다.
이에 정부도 수도권의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서 9월28일부터 10월11일까지 2주 동안 전국에 대해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하고 그 직전 위험도 평가에 따른 단계보다 높은 단계의 거리 두기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추석 전까지 잠복 감염 등을 얼마나 억제하고 추석 기간 지역 이동을 자제할 수 있느냐가 추석 이후 유행 규모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거리 두기 완화'라는 내용을 던졌고 그 결과는 추석 이후 받아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 결정에 대해 확진 환자 수가 급증하면 방역을 강화하고 줄어들면 완화하는 ‘두더지 잡기’식 방역 대응이 추석 연휴에도 통할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는 한편, 거리 두기 실천은 국민들에게 달린 만큼 2단계 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앞서 유행이 발생했던 시기에는 환자가 늘면 거리 두기를 높이고 줄어들면 완화하는 두더지 잡기식 방역과 국민들의 동참으로 위기를 넘어올 수 있었는데 추석 이후는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고령 환자 증가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인구 이동이 확대되고 계절적 요인이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추석 연휴 이후 방역으로 질병관리청 등의 방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회적 피로감 등을 언급하며 거리 두기를 완화했는데 중환자가 늘고 사망자가 늘어나면 의료계나 방역요원 등 피로감이 극대화돼 있어 진짜 피로한 분야는 여기"라며 "중환자실을 코로나19에 내준 고령자나 만성질환 환자들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래 세웠던 사회적 거리 두기 기준하고는 안 맞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이라고 보여진다"며 "단계 결정은 정부가 하지만 실천하는 건 현장이다. 시민분들이나 시설 등에서 잘 협조해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