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직신학회(신옥수 학회장)가 12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제15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는 화상회의(Zoom)로 진행됐다.
인사말에서 신옥수 학회장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와 함께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와 영성이 더욱 요청되는 시기에 제15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불가피하게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게 됨을 무척 아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금번 학술대회는 이렇게 거리를 뛰어넘어 더욱 가깝게 얼굴과 얼굴로 만나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는 역사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번 학술대회의 주제는 ‘진리와 폭력’(Truth and Violence)이다. 최근 포스트모던 담론 중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놓여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며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차별과 혐오와 대립과 갈등이 폭발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한국사회를 목도하면서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예리한 진단과 비판적 성찰 및 활발한 토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주제강연은 박명림 교수(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가 ‘진리와 폭력: 인간현실의 가장 극적인 모순관계’라는 주제로 했다. 박 교수는 “물리적인 폭력의 시대는 종결되었지만 난민, 불평등, 생태학살, 출산율, 환경재앙 등 평화적 폭력과 재앙의 시대에 묻는 진리와 평화와 폭력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평화의 시기이기에 전쟁이나 침략을 통하지 않은 조용한 학살로서 우리는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럼으로 직접적 폭력이 난무했던 시대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다. 초장벽 사회로서 인류는 저항할 기회조차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풍랑 앞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진리와 폭력에 대한 흑백이나 이분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야지만 도달할 수 있는 문제”라며 “왜냐하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진리와 폭력에 불가분의 관계이며 더욱 큰 문제는 진리가 평화의 근원이자 동시에 폭력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진리를 아는 자에게 진리는 자유, 연대, 평화, 평안, 기쁨의 근원이지만 진리를 모르는 자들에게 그것은 하나의 의견, 이견, 차이에 불과하며 종교 조차도 동일한 것”이라며 “따라서 진리의 전파와 확산의 방법은 평화와는 충돌된 폭력과 근접해 있으며 이것은 바야돌리드 논쟁, 30년 전쟁, 청교도 개척정신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은 창조되면서부터 나약함, 카인의 후예로서의 폭력의 근친성과 동시에 그것을 넘는 평화와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존재 이유 사이에 영원한 모순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따라서 종교, 진리, 이념, 가치가 옳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어떻게 폭력을 법적 제도로 통제하면서 공유할 수 있으며, 각자의 준칙과 보편적 법칙이 일치할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라며 “그런 점에서 진리는 내면적 깨달음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공유의 범주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내면도덕에 사회적 형성과 사회 윤리에 내면적 완성이 함께 가야 한다. 그럼으로 국가와 인간 공동체, 정치의 근본기반요소는 폭력이지만, 동시에 폭력은 인간 합의와 제도에 의해 제어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태에 인류가 범했던 폭력과 가해는 지금 인류가 폭력으로 돌려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폭력의 통제를 위해서 이 땅에 도성을 만들었지만 그 지상과 도성 사이에 또 주권을 위임한 주권자가 억압 당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경에서 카인과 아벨, 이삭 자손들과 이스마엘 자손들을 통해 인간(관계)의 첫 선조의 출발은 폭력으로부터 시작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성서 뿐만 아니라 신화와 역사, 문화 영역도 마찬가지”라며 “카인주의는 카인과 아벨의 개별행동을 넘어 인간관계의 일반적 폭력성을 상징한다. 그러나 카인주의는 인간의 불변의 절대적 인간본성이 아니며 폭력은 특정의 조건과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본성과 관계의 한 측면으로서 특히 잔인한 대량살상은 인간성의 불변의 본질은 아닌 것”이라고 했다.
또 “카인 이후 자족학살과 자족말살 또한 인간역사의 중심 문제 중 하나였다”며 “역사 이래 폭력은 점차 종족, 민족, 언어, 혈통의 차이보다 주로 정치, 종교, 이념 체제의 차이로 산생되고 인간은 차이에 대한 자기집착과 확대해석으로 인해 종종 증오와 폭력과 살육으로 치닫게 된다. 특히 모든 것이 같아도 사소한 차이에 대한 자기집착으로 분노, 적대, 증오가 확대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종교 안의 폭력, 형제폭력, 연애폭력 등 생명과 인간 본연의 관점에서 외부나 내부나 폭력은 다 동일한 것”이라며 “우리는 사랑과 가족, 교파의 이름으로 이것을 허용하는 면이 있다. 마찬가지로 일제시대의 폭력에 대한 분노가 있지만 내부적인 폭력인 데이트 폭력 등에는 묵인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극 이후에도 어떻게든 살아야만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의 두 조건은 비극과 생존”이라며 “비극은 운명이며 생존은 필수이고 화해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는 용서와 화해 없이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회복과 중생이 가능한가”를 물었다.
아울러 “결국 정의와 함께 하는 화해는 개인적 용서와 사회적 정의의 결합에 있다”며 “궁극적인 목표로서의 정의가 없는 거짓 화해와 용서가 없는 항구 피해의 극복은 비인간화에서 인간화로, 보복적 정의가 아닌 회복적 정의에 의한 화해와 상생한다. 용서는 개인적 결단으로 가능하며 화해는 상대와의 상호작용이 필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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