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교회에겐 전례 없이 어려운 시기, 찬양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모인 언택트 성가대 ‘프로젝트 라파’가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각자의 자리에서 찬양을 불렀으나 마치 합창을 한 것처럼 편집해 성가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다. 성가대 ‘프로젝트 라파’에는 서울대 음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줄리어드, 맨해튼 음대, 뉴잉글랜드 음악원 등 세계적인 음악 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음악가들이자 기독 청년들이 함께하고 있다.
모임을 주도한 김수(28, 서울대 음악대학원 석사 수료) 양은 “첫째로는 함께 모여서 드리는 찬양의 감격이 그리워서. 둘째로는 힘들어하시는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회복을 전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며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많은 동료들이 있어서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고 프로젝트 라파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멤버들 대부분은 연주 활동이 멈춰져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방역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걸어 잠근 곳이 공연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음악인으로서는 쉬어갈지언정 예배자로서는 쉴 수 없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청년들은 전 세계에서 모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 세계에 흩어져있다’. 서울, 대전, 대구 등 국내 각지와 미국, 독일, 에스토니아 등 세상 곳곳에서 사명을 감당하던 이들이 전례 없는 이때에 보내어진 그 자리에서 성가대를 결성했다. 소프라노와 베이스, 알토와 테너가 지구 반대편에 있으나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같은 음을 내고 더러 다른 음을 내며 음악을 이루는 일은 신묘하다.
김수 양은 ‘프로젝트 라파’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너를 치료하는 여호와임이라.' (출 15:26) 이 말씀에서 '치료하다'라는 뜻의 히브리어가 라파(Rapha)입니다. 이 단어는 '완치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지으신 원형 그대로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프로젝트 라파’는 하나님만이 우리와 세상을 회복시켜주실 수 있음을 인정하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모두 떨어져 있는 이들은 대체 어떻게 합창을 하는 걸까. 이들이 음악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지휘자가 피아노 반주자와 합을 맞춰 지휘를 한다. 지휘자와 반주자, 편집자가 함께 만든 영상이 프로젝트 라파의 대원들에게 악보와 함께 보내어진다. 대원들은 영상과 악보를 보고 각자의 파트를 부르거나 연주해서 편집자에게 보낸다. 편집자는 대원들이 보내온 음악을 편집하여 하나의 음악으로 탄생시킨다.
다음은 프로젝트 라파에 동참한 성가대원의 고백이다. “요즘 같은 때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릴 수밖에 없는 교회들이 프로젝트 라파의 찬양을 많이 사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용 전 댓글이나 메일로 사용하겠다고 알려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저희는 어떤 교회의 성가대도 아니지만 모든 교회의 성가대이고 싶습니다.”
힘든 시기를 지나는 성도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그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은 그저 애통하지 않다. 기쁨을 노래하고 희망을 외친다. 결국 하나님이 승리하실 것을 이미 아는 자들의 담담한 고백인 것이다. 그들의 표정에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이 그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