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명한 사진작가 중에 조세현 작가가 있다.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 위해 60세 이상의 인물 52명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배우 김혜자, 작가 황석영, 영화감독 이장호, 음악가 정명훈, 이해인 수녀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사진에 담았다. 작가는 60세를 사람의 역사가 드러나는 나이로 여겼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학의 발전으로 66세 이상의 사람들을 분석하고 관찰하기 시작했단다. 수많은 젊은 연예인들의 얼굴을 보는 것보다 66세 자화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깊이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66세가 오기 전에 스스로를 잘 가꾸라고 얘기한다. 카리스마 강한 이미지를 원한다면 그렇게 치열하고 강인하게 살고, 소박한 시골 학교 교장선생님 같은 이미지를 원한다면 또 그렇게 친절하게 양보하며 살기 위해 힘쓰라고. 훗날 당신은 걸어 다니는 역사책이 될 것이다. 어떤 포장이나 연기도 통하지 않으니 매 순간 충실하게 그저 자연스럽게 살면 된다. 잘 살아온 당신이라면 지난 세월에 대한 보상으로 온전한 자화상을 갖게 될 것이다”(61-62p).
여러분은 어떠한가? 멋진 자화상, 걸어다니는 역사책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가? 본문에서 바울은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구원받은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멋진 자화상을 가진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교훈을 준다.
성숙한 신앙을 향해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바울이 갈라디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때, 바울이 전하는 복음을 듣고 믿음의 눈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보게 되었다. 그들이 예수님을 믿자 성령이 임하게 된다. 바울이 이 대목에서 질문을 한다. 5절에서 너희가 성령을 받은 것이 무엇 때문이냐는 것이다. 할례를 행하지도 않고 율법에 순종하지도 않았는데 복음을 듣고 믿을 때 성령이 임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너희가 왜 어리석게도 성령으로 시작해서 육체로 마치려 하느냐고 갈라디아 교우들을 책망하는 것이다.
3절을 보면 “성령으로 시작했다가 이제는 육체로 마치겠느냐” 여기서 “마치겠느냐”는 헬라어로 “에피텔레오”이다. “완결”이라는 뜻이다. 너희가 구원과 성령을 은혜로 받았는데, 그 이후의 삶은, 다시 율법으로 돌아가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완결해 보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믿을 때, 하나님은 예수님이 행하신 일 때문에, 이미 나를 완전히 인정해 주셨다. 그런데 하나님의 자녀가 된 후에,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다시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적인 성취를 이루거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평판이 좋으면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으로 여긴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으면 자기를 비하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므로 복음을 믿는다는 것은 이런 생각들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령으로 시작했다가 육체로 마치려 하느냐.” 여기서 “육체”가 의미하는 것은 노력이라는 말로 번역될 수 있다. 복음을 믿지 못하고 내 스스로의 노력으로 완성에 이룰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을 내려놓아야 된다. 복음은 구원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고 우리를 성장시키는 강력한 동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5절에서 말한다. “너희에게 성령을 주시고 너희 가운데서 능력을 행하시는 이의 일이 율법의 행위에서냐 혹은 듣고 믿음에서냐”. 우리에게 성령이 오시고, 기적과 능력을 주시는 성령의 역사가 어떻게 일어났느냐는 것이다.
바울이 뭐라고 말하는가? 듣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각해 보라. 우리 안에서 성령이 언제 임하시고 역사하게 되었는가? 성령님은 우리가 자신의 행위를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값없이 받아주시고 그가 완성시켜 주심을 바라보며, 주님을 믿고 의지할 때 성령님이 우리를 도우시고 역사하신다. 바울은 성령과 복음을 절대로 뗄 수 없는 어휘들로 연결시키고 있다. 우리가 복음의 원리대로 살아갈 때 성령이 우리 안에서 거하시고 일하시며 큰 권능으로 우리를 온전케 하신다. 하나님은 우리에게도 물으신다. “너희가 성령으로 시작했다가 육체로 마치겠느냐?” 신앙성숙은 우리의 노력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릴 때 시작되고 지속될 수 있다.
최철준 목사(지구촌교회 젊은이목장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