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한 게스트하우스와 관련해 나흘 사이 제주는 물론 서울에서 1명, 경기 용인에서 2명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투숙객 1명이 가래 등 증상이 있던 상태로 지난 22~23일 주말 동안 이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와 직원은 물론, 함께 머물렀던 다른 지역 투숙객들도 집으로 돌아간 뒤 확진됐다.
*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7개월이 넘도록 한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충북 제천에선 215일 만인 지난 22일 첫 확진 환자가 나왔다. 강원 강릉에서 직장에 다니던 아들이 제천 부모 집을 방문했다가 확진된 것이다.
이어 29일에 발생한 두번째 확진자도 서울 거주 50대 여성으로, 가족과 함께 제천의 한 리조트를 찾아 케이블카를 타고 낚시를 즐긴 이후 서울에서 접촉한 지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받은 검사에서 확진됐다.
수도권에 음식점과 카페의 매장 영업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적용 이후 수도권 시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우려된다.
'나는 확진 환자가 아니니까 괜찮다'거나 '여행 기간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수도권을 벗어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일주일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4명 중 1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든 안심은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나아가 유행 상황에선 확진자 접촉자 증가도 방역당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특히 타 시도 확진자의 경우 소재 파악도 어려운 만큼 확산세가 안정될 때까진 이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7일 0시부터 30일 0시까지 2주간 발생한 국내 발생 신규 확진 환자는 4212명으로 하루 평균 300.9명이다. 그 직전 2주(8월3일~16일) 동안 총 752명, 일평균 53.7명 대비 5.6배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에서 하루 47.6명(666명)에서 236.1명(3305명)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증가 폭이 5배보다 많은 건 비수도권의 증가 추이가 더 커서다. 앞선 2주간 하루 6.1명(86명)이었던 비수도권 지역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최근 2주 동안 64.8명(907명)으로 10.5배나 급증했다.
방역당국은 최근 비수도권 확진자 증가 이유로 전국에 분포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도심 집회 참가자의 확진을 주된 원인으로 분석하면서, 동시에 여름 휴가철 수도권 확진자의 이동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확진 환자가) 비수도권 지역인 경우 많은 유행이 사랑제일교회나 8·15 서울 도심 집회와 관련된 사례들이 지역에 돌아가 지역에서의 활동을 통해 전파가 확산되는 그런 유형이 한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낮 12시 기준으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 1035명 중 비수도권 9개 시도에서 7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8월15일 서울 도심 집회 관련 환자 369명 중엔 46.3%인 171명이 비수도권 11개 시도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제주도와 충북 제천시 사례처럼 연휴나 휴가를 맞아 비수도권 지역을 찾는 수도권 확진 환자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최근 비수도권 확진자 증가 두번째 배경으로 "여름 휴가철 전국적인 이동을 통해서 수도권 감염자들이 지역에 가서 전파를 유발하는 두가지 경로를 통해서 비수도권에서도 유행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도에서 확진된 수도권 환자 중 감염을 의심하면서 다른 시도를 찾는 경우는 없다.
문제는 지금 상황에선 누가, 언제, 어디에서 감염되더라도 이상한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30일까지 2주간 확진 환자 가운데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는 942명으로 이 기간 전체 확진자의 21.5에 달한다. 2주간 감염 경로를 조사한 4월6일 이래 가장 많은 숫자이자 비율도 최고치다.
이 수치는 23~29일 최근 일주일로 범위를 좁히면 하루 평균 331명 중 24.9%에 달한다.
이는 방역당국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 중이라는 방증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 일부는 확진자 발생 속도를 역학조사가 따라잡지 못해 감염 경로 구분이 뒤늦게 이뤄진 경우에 해당한다.
수도권 확진 환자의 타시도 이동은 이 두가지 경우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언제, 어디에서 감염됐을지 모를 수도권 환자로부터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열려 있다.
여기에 역학조사에서도 어려움이 발생한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는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에서 1차로 조사를 하고 동선과 시간이 겹치는 접촉자를 분류하는 게 기본이다. 지역 주민의 이동 동선을 쫓는 일도 쉽지 않지만 접촉자가 타시도라면 해당 시도와 협력을 통해 조사가 이뤄져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처럼 수도권에서 대규모 유행이 진행되고 전국에서 유행이 산발하는 경우 접촉자 발생만으로도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역량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방역당국이 당분간,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지속하는 9월6일까지만이라도 거듭 사람 간 접촉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건 추가 확진자 억제를 위한 노력이자 접촉자 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은경 본부장은 "수도권 지역은 하루에 굉장히 많은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보건소에서 이런 부분(추가 전파 차단을 위한 확진자의 접촉자 조사 및 격리)들을 시간 안에 조치하기 위해 사람 투입을 강화해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역학조사 역량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규모를 전반적인 줄여야 하고 또 1명의 확진자가 만나는 접촉점, 1명의 확진자가 만나는 사람 간의 만남·접촉, 이용시설에 대한 노출 부분들을 줄여야만 역학팀에서도 접촉자 조사나 차단을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며 "때문에 이런 역학적인 대응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같이 실현돼야 역학적인 대응 역량도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역에 부담을 덜기 위해 확진 환자가 아닌 수도권 시민들도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부담이 심화될 경우 역학조사 역량을 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검사·확진(test)→역학·추적(trace)→격리·치료(treat)로 이어지는 한국 방역 핵심을 포기하고 사후 환자 관리로 사망자 발생을 막는 완화 전략을 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5단계로 어느 정도 억제 효과가 있겠지만 수도권 제한에 수도권 분들이 다른 곳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모임을 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증가 추세를 꺾고 환자와 접촉자 수를 줄여줘야 역학조사가 확산 속도를 쫓아갈 수 있는데 그 한계를 넘어가면 방역 정책을 바꾸게 되는 시점이 일찍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화 전략은 일일이 역학조사를 하고 광범위하게 접촉자를 찾아 검사하는 케이(K) 방역 핵심을 일정 정도 포기한다는 의미"라며 "감염 경로 미분류 환자 수, 검사 건수, 지역적 분포, 집단 발생 다양성 등 200~300명 숫자 너머의 내용을 보면 대구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