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대권가도에서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대권행보에 나선지 20일로 한 달을 맞는 박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찾는 등 '국민대통합'을 내세워 대체로 성공적으로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었지만 유신ㆍ인혁당 사건 등 역사인식 문제로 논란을 빚고 측근 비리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가 처음 1∼2주 정도 성공적인 행보를 했지만 그 이후에는 중요한 시간을 `까먹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잇단 측근 비리의혹이 박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근혜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데 이어 이날 송영선 전 의원이 박 후보를 거론하며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홍 전 의원이 자진 탈당을 하며 사태수습 나선 지 하루 만에 측근발(發) 악재가 추가된 셈이다.
송 전 의원이 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줄곧 친박(친박근혜)계였고 `박근혜 비대위체제'에서 4ㆍ11 총선 공천(경기 남양주갑)을 받았다는 점에서 후폭풍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박 후보의 `용인술'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박 후보가 이명박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인사'를 지적했으나 정작 자신의 측근들이 잇따라 의혹에 연루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강도 정치쇄신에 대한 박 후보의 진정성 역시 의심받을 수 있다. 박 후보가 `정치권 부정부패 근절'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박 후보의 주변에서 불미스런 일이 벌어진 상황이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은 이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후보가 전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 결과 처음으로 지지율을 추월당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의 `돌발 악재'라는 점에서 당내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나아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이날 대선 출마 입장을 밝히며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각구도'가 완성되는 첫날을 잡음 속에 시작한데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한 핵심관계자는 "이제 각종 악재가 주말드라마처럼 가게 됐다"며 "국민이 보면 뭐라고 하겠느냐"며 송 전 의원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 및 형사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내에서도 "허무하다", "아침부터 소화가 안된다"는 탄식도 흘러나왔다.
박 후보가 이날 오전 경남 사천 태풍피해지역 방문을 위한 출발 시간을 늦춰가며 당 정치쇄신특위에 이례적으로 참석한 것도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정치권에서 부정부패를 근절함으로써 국민이 `기대를 해도 좋겠구나'라는 제도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새누리당은 홍 전 의원을 둘러싼 의혹의 경우 당사자들이 모두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송 전 의원이 `주변 인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박 후보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 핵심 의원은 "송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이기는 하지만 박 후보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며 "캠프내 역할도 없고 혼자 답답하니까 무리한 일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잇따라 측근 문제가 터지는 배경에 대해 의심이 간다"는 말도 나온다.
박 후보로서는 역사인식 문제도 털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당 일각에서는 `과거사 의원총회'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역사인식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에 맞지 않으니까 국민이 답답해하는 것"이라며 "박 후보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하고 역사인식을 극적으로 바꿔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기구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박 후보가 역사인식 문제를 언젠가 털어낼 것"이라며 "타이밍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대권 3각 경쟁체제'를 맞은 박 후보는 금주부터 정책과 연계한 국민통합 행보를 가속화함으로써 각종 악재에 대한 돌파구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 한 핵심인사는 "`국민대통합, 국민 속으로'를 주제로 한 행보를 이어가는 동시에 박 후보가 추구하는 방향의 구체성을 밝히기 위해 이번주부터 정책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