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 재판에 반려견이 증인으로 출석해 심각한 동물 학대 범죄에 경종을 울렸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스페인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산드라 바레라 판사는 ‘윤식당’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스페인 테네리페 섬 산타크루스 시(市)에서 열린 견주의 동물 학대 재판에 피고인의 반려견 핏불테리어 ‘밀라그로스’를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스페인어로 ‘기적’을 뜻하는 밀라그로스(milagros)는 제1 법정에서 증인으로 소환되었다.
법원 대변인은 반려견의 증인 출석은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동물 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 인식을 제고시키기 위해 양측의 사전 동의를 받아 결정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사건은 지난 2012년 10월 피고인 견주 세르지오 M. J.가 여행 가방에 밀라그로스를 가둔 후 쓰레기통에 버린 혐의로 당시 지나가던 주민들이 밀라그로스의 애타는 울음을 듣고 응급구조대에 연락해 구조했다.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되기까지 피고인이 한동안 자취를 감춰 오랜 시간이 걸렸고, 피고인이 절도 혐의로 스페인 안달루시아 세비야 주(州)에서 체포된 후에야 본격적으로 재판이 진행됐다.
프란시스카 산체스 검사는 법정에서 “증인은 명백하게 말을 할 수 없다”고 밝힌 후 수의사와 함께 밀라그로스가 입은 부상을 설명했다.
동물 유기 혐의와 학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밀라그로스가 죽은 줄 알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견주의 주장과 달리 밀라그로스는 산 채로 구조됐다. 쓰레기 트럭에 들어가 압사당할 위기에 처한 밀라그로스가 절박하게 짖는 소리를 주민들이 듣고 구조한 것이다.
구조 당시 밀라그로스는 심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기에 7년 전 상처를 치료하고 완전히 회복됐는데, 옛 주인을 다시 보는 것이 개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현지 동물보호단체의 회장 아드리아나 나란호는 밀라그로스를 법정에 출두시킬 필요가 없다고 봤지만, 동물 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마음을 바꿨다.
7년 만에 법정에서 견주와 다시 만난 밀라그로스는 자신을 학대하고 유기한 주인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달려가 많은 이들에게 안쓰러운 눈물을 자아냈다고 한다.
재판부는 “가방 속에서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반려견이 살아있었다는 증거는 충분하다”며 피고에게 징역 9개월을 선고해 핏불테리어의 손을 들어주었다.
증인으로 출석했던 밀라그로스는 치료 후 새 가족을 만나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