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부터 KBS가 메인 뉴스인 뉴스9에서 수어 통역을 시작한다는 기사를 보고 무척 반가웠다.
그동안 낮 뉴스와 뉴스 특보에만 한정적으로 수어 통역을 제공한 KBS의 이러한 변화는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이 한층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4월에 발생한 강원도 산불 사태를 다룬 주요 뉴스들이 수어 통역 화면을 제공하지 않아 많은 청각장애인의 걱정을 키웠다. 청각장애인은 산불이 강풍을 타고 크게 번지는 상황을 비장애인보다 한발 늦게 전달받아 대피하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큰 위험과 두려움의 상황에도 이를 보상해 줄 시스템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강원도 산불로 피해를 입은 강원도 지역의 농아인교회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의 단체는 재난방송에서 수어 통역, 화면 해설, 자막방송 의무 실시 지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요즘은 코로나19 현황과 집중호우 관련 긴급 문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전달된다. 이러한 서비스가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지만, 신속한 전달에 앞장서고 있는 방송사의 수어 통역 화면 제공이 의무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재난과 맞닥뜨렸을 때 바로 TV를 켜서 뉴스부터 확인하는 우리의 본능 앞에서 또 한 번 무너져야 하는 청각장애인의 속사정을 알아주길 바란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일부 청각장애인들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해 지금도 허둥대고 있다. 간신히 연락이 닿은 수어 통역사를 통해 간접적인 도움을 받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벌써 재난이 두렵기만 하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재난 상황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데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산불이나 지진, 호우가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재난 대응 매뉴얼이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필자는 공영방송 뉴스를 챙겨본다. 수어 통역 화면과 자막이 동시에 나오는 뉴스가 있는 반면, 정말 적은 비율의 수어 통역 화면도 있다. 30대의 필자와 달리 고령층의 청각장애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생각하니 답답함이 밀려왔다. 청각장애인들이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다. 정부 차원의 시스템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 재난상황을 다루는 뉴스와 방송에서 청각장애인의 소외감은 배가 된다.
방송사들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재난 소식을 전달하기 때문에 그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소식을 발 빠르게 전달받기 어려운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과 자막 송출 등의 편의 지원은 더욱 중요하다.
KBS의 새로운 시작을 적극적 환영하면서 장애인의 안전권 보장을 위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좋은 방안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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