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를 모욕하는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으로 촉발된 반미(反美) 시위로 리비아 벵가지 소재 미 영사관에 앞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밤 10시께 시위대가 총격을 가해 미국 대사를 포함한 4명이 숨진 가운데 이집트, 예멘,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전역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이슬람권 국가 소재 외교 공관과 자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리비아, 미 FBI·CIA 현지 파견
13일(현지시간) 외신과 미국 정부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리비아 인근 해상에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 구축함 2대를 배치했다.
또한 무인 정찰기를 활용해 무장 세력 추적·감시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는 미국 대사관 경계를 위해 40여명의 반(反) 테러 엘리트 해병대 부대인 FAST를 파견했다.
또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도 현지에 요원들을 보내 사건 전모를 파악하고 알 카에다 등의 개입 가능성, 9·11테러 11주년을 겨냥한 계획적인 공격인지를 조사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무부는 모든 비(非) 필수 인력은 민간 항공기로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공군 수송기는 현지에서 사망한 대사 등 4명의 시신과 부상자 3명, 영사관 직원 등을 이송한다.
◇이집트 카이로, 14일 무슬림형제단 대규모 시위 '고비'
카이로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진압 경찰이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해산하며 최소 13명이 부상했다.
14일에는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이 전국 주요 모스크에서 예배를 마친 뒤 영화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기로 했다.
무슬림형제단은 평화 시위를 공언하고 있지만 반미 감정 탓에 폭력 시위로 비화할 공산도 커 이 시위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예멘, 시위대 미 대사관 난입해 성조기 불태워
예멘 수도 사나에서 무하마드를 모욕하는 미국 영화에 항의하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에 한때 난입해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이날 대사관 구내로 들어가 게양된 성조기를 끌어내려 불에 태웠으나 경찰은 물대포 등을 동원해 진압했다.
이날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허공으로 실탄을 발사해 시위 참가자 최소 1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시위대는 대사관에 들어가기 전 밖에서 표지판을 뜯어내고 타이어에 불을 지르며 대사관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미국은 예멘 남부와 동부에서 알 카에다 세력을 겨냥해 활발하게 진행해온 무인기(드론) 공격을 이번 사태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 주재 예멘 대사관도 자국 내 외교 시설의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란·모로코 '대학생 시위'…수단·튀니지 12일 '시위'
이란 테헤란에서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스위스 대사관 앞에서 대학가의 반서방 과격단체인 `이슬람학생협회'가 주도했다고 현지 언론들에 의해 알려진 대학생 시위가 진행됐다.
북아프리카 모로코 최대 도시 카사블랑카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모인 청년 300∼400명이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미국과 오바마에게 죽음을' 등 반미 구호를 외쳤으나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북아프리카 수단, 튀니지 소재 미국 외교 공관 앞에서는 전날 해당 영화 내용을 규탄하고 미국 측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유엔본부 앞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일컫는 소수 살라피스트 그룹이 이끄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영화를 옹호한 것으로 전해진 한 미국인 목사의 사진과 성조기를 불태웠다.
북아프리카 수단과 모로코, 튀니지 소재 미국 외교 공관 앞에서는 전날 해당 영화 내용을 규탄하고 미국 측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나이지리아는 영화에 반대하는 소규모 시위가 중부 조스에서 일어났다.
나이지리아 연방 경찰은 외국 외교 공관에 대한 추가 안전 조처를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앞서 나이지리아에서는 급진 이슬람 단체인 보코하람이 테러 공격을 가해 2010년 이래 모두 1천400여명이 숨졌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군중 모임 시위로 번질수도 '경고'
세계에서 이슬람교도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집단행동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미국 대사관은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군중이 갑자기 폭력 시위를 벌일 수 있는 만큼 주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말레이시아 소재 미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카이로와 벵가지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볼 때 쿠알라룸푸르에서도 시위가 일어날 공산이 있다"고 경고했다.
대사관 측은 과거 전례로 볼 때 금요일 대사관 주변에서 모임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민에게 주변을 잘 살피는 등 극도로 조심하고 대규모 군중이나 모임은 피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필리핀 마닐라 대사관 앞에는 경찰 픽업트럭이 기관총을 탑재한 채 주차하고 있고 해안 경비정이 대사관 주변 마닐라만을 순찰하고 있다.
관리들은 강화된 안전 조치가 리비아에서의 공격 이후 무기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외교관들이 이미 9·11 추도식 이전에 대사관 외곽 및 근처 집단 주거지와 영사관에 대한 추가 경찰력 배치와 순찰 근무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