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좌천성 인사를 당한 윤 총장 측근 인사들은 대부분 유임된 반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신임을 받는 인사들 다수가 대검찰청 주요 보직을 꿰차면서 윤 총장 고립이 심화된 모양새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오는 11일부터 고검장 및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검사들은 모두 8명이다.
이 중 대검 간부는 6명으로 이들은 윤 총장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그런데 면면을 따져보면 윤 총장보다는 추 장관에 가까운 인사들이라는 평이 나온다.
조남관 신임 대검 차장검사의 경우에는 법무부의 핵심 참모로 추 장관이 임기 초반 수사·기소 분리안 등의 검찰개혁안을 추진할 때 조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검·언 유착'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과 갈등을 겪을 때는 직접 대검과 법무부 사이 중재에 나선 인물이기도 하다.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던 이종근 신임 형사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재직 시기에도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의 부단장을 맡았다.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합류해 청문회 준비를 돕기도 했다.
이정현 신임 공공수사부장은 검·언 유착 수사를 지휘하며 윤 총장에게 대립각을 세운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수사팀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해 두 차례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혐의 성립 등을 두고 대검과 계속해서 갈등을 빚자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에 이르렀다.
고경순 신임 공판송무부장은 추 장관의 한양대학교 후배다. 여권 인사가 연루된 정의기억연대 회계 의혹 사건을 지휘하다가 이번에 대검 참모로 승진했다.
이 밖에 신성식 신임 반부패·강력부장과 이철희 신임 과학수사부장은 맡았던 사건이나 이력을 따졌을 때 특정 인사의 측근으로 분류하기 힘들다는 평이 나온다.
이처럼 윤 총장의 지근거리에 추 장관과 가까운 검사장들이 대거 포진된 가운데, 과거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물들은 요직에 발탁되지 못했다.
지난 1월 이뤄진 검사장급 인사에서 한동훈·박찬호·윤대진·문찬석 등 검사장들은 대거 지방과 한직으로 발령됐다. 광주지검장이었던 문찬석 검사장이 이번에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옮긴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금의 자리를 지키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인사 결과에 윤 총장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에 관한 의견 청취도 검찰청법 34조에서 규정한 것처럼 보직이 아닌 신규 승진 대상자에 관해서만 이뤄졌다고 한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 1월과 같은 '대학살'은 없었지만, 윤 총장의 고립이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좌천시킬 윤 총장의 최측근도 없다. 이미 1월에 다 전보됐다"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한마디로 윤 총장에 대한 압박 인사"라고 평가했다.
다른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학살은 아니지만 윤 총장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고립시키는 인사"라며 "법무부의 핵심 참모를 대검 차장검사에 보내는 등 법무부장관과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인사들을 대검에 보내 확실히 윤 총장을 더 고립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질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더 큰 폭풍이 다가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번에는 윤 총장을 더 고립시킨 것이고, 차장검사급 인사 때 본격적인 학살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