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탈북여성이 인신매매에 노출돼 있으며 성노예의 피해자로 고통받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9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7월 30일 유엔이 정한 ‘인신매매 반대의 날’(World Day Against Trafficking in Persons)을 맞아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탈북 여성을 인터뷰하고 인신 매매 피해 여성들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봄, 중국에서 헤어진 딸을 찾기 위해 세 번째로 압록강을 건넜던 30대 초반이었던 탈북 여성 박 씨(가명)는 중국 공안에 다시 붙잡혀 중국 장백 지역의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고 한다. 그 곳에서 박 씨는 중국 공안국장으로부터 “북한에 넘기지 않을테니 북한에서 넘어 온 여성을 파는 중국 인신매매단을 검거하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박 씨에 따르면 당시 중국 공안은 인신매매 조직의 거주지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현장을 덮치기 위해 박 씨를 비롯한 북한 여성 몇 명에게 북한에서 막 넘어온 것 처럼 옷도 초라하게 입고 알려준 집에 들어가라고 했다.
박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공안이 알려준 집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들은 여성들을 목욕시키고 새 옷을 입힌 후 중국 돈으로 1만 위안, 5천 위안 등에 팔았다. 박 씨는 8천 위안(약 1천1백 달러)이었다. 박 씨와 여성들이 매매되는 그 때 중국 공안이 현장을 덮치고 인신매매 조직을 검거했다. 그렇게 여섯번 정도 인신매매 조직 검거에 이용됐다.
RFA는 “박 씨의 몸값으로 책정된 중국돈 8천 위안은 미화 1천1백 달러가 조금 넘는 액수”라며 “한 여성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기에는 너무나 터무니 없는 금액”이라고 전했다.
인신매매 검거에 이용됐던 박 씨는 중국 공안이 약속한 것과 달리 결국 강제북송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 씨와 함께 수감된 북한 여성들을 모두 북한 보위부에 넘겨버린 것이다. 1년 넘게 비참한 옥살이를 하게 된 박 씨는 감옥에서 풀려났지만 딸을 찾기 위해 다시 중국 땅을 밟았다가 네 번째로 공안에 붙잡혔다.
그리고 중국 도문(투먼)에 소재한 수용소에 수감되면서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의 사연을 듣게 됐다고 RFA는 전했다. 그 곳에는 남성, 여성 구분 없이 중국 각지에서 붙잡힌 북한 주민이 모여 있었다. 박 씨는 “어떤 사람은 속아서 팔려 갔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정말 살기 힘들어서 스스로 팔려 갔다고도 했는데, 제가 도문 수용소에 수감됐을 때 들은 기막힌 사연이 많았다”면서 “엄마와 딸이 같이 팔려 갔던 사연, 그 와중에 엄마와 딸이 헤어지기도 하고, 중국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하거나, 중국 남편의 친인척들이 자신을 노리개 취급하고, 이를 견디다 못해 뛰쳐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박 씨는 인신매매 피해 사실조차 제대로 알릴 수 없는 북한 당국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섯 번째 탈북을 시도하게 됐다.
박 씨는 “북한의 주체사상, 즉 ‘사람이 제일이요’, ‘우리나라는 행복한 나라요’, ‘세상에 부럼없이 사는 나라요’ 등 모든 좋은 말을 다 쓰는데, 실제로 북한 여성들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부모 형제와 헤어지고, 어디에 있는지 행방도 모르고, 그렇게 물건 팔리듯 팔려나갔다”면서 “또 그렇게 해서라도 제대로 살면 좋겠지만, 얻어맞고, 마치 개처럼 줄로 묶어 놓기도 하면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과연 사회주의 나라가 이런 것인가.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RFA에 따르면 2019년 영국의 민간단체인 ‘코리아미래계획’(Korea Future Initiative) 보고서는 탈북 여성의 60%가 중국에서 인신매매에 따른 성노예로 팔리고 있고, 피해 여성의 대부분이 10대 초반에서 20대이며 이들을 앞세운 성매매 시장의 규모가 연간 1억 달러가 넘는다.
미 국무부가 올해 발표한 ‘2020 인신매매 보고서’는 북한을 인신매매 실태가 최악인 ‘3등급(Tier 3) 국가’로 지정하고 북한 당국이 인신매매 피해 방지나 근절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으며 기본적인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