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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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남도 괴로운 병(3)

 

중풍(뇌경색 1)

개업 첫날 맞은 환자가 중풍 환자였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이 환자의 대부분이다. 평균수명이 60세도 안 되던 시절이 엊그제인데, 순식간에 여든을 넘긴 어른이 경로당에서 물심부름하는 시대로 변모했다. 그런데도 '중풍은 치명적인 질환'이라는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중풍은 혁명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의학과 과학이 해결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질환인가. 필자의 대답은 단연코 "No"이다.

잘못된 상식이 병을 키운다. 중풍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중풍 위험군(群) 환자들이 가진 잘못된 정보가 올바른 치료를 방해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본인의 질병이 어떠한 특성이 있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 중풍에 대한 오해들을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 중풍은 노인에게만 온다.
"No. 젊은 중풍이 더욱 치명적이다."

- 중풍은 운동하면 오지 않는다.
"No. 운동해도 올 수 있다. 마른 중풍도 있다."

- 중풍은 한번 오면 다시 오지 않는다.
"No. 중풍은 일반적으로 3회가 진행된다."

- MRI와 CT 등으로 검사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No. 대부분의 경우 중풍은 발생한 후 비로소 검사상 확진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발생하기 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급한 상담 전화"라며 데스크 직원이 재촉해댄다. 3개월 전에 왔던 모 환자분의 딸이었다.

어머니가 2주 전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분당 모 병원 집중치료실에 있다고 했다. 어렵게 의식은 돌아왔지만, 마비 상태에서 이상한 동작을 반복한다고 했다.

손가락으로 허공에 대고 네모 표시를 계속 그린다는 것이다. 3일간 눈 깜박임 신호(1회는 예, 2회는 아니오)로 그 뜻을 확인해본 결과, 그 기호는 'ㅁ'자고 머리앤코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고 급히 전화했다고 했다.

일전에 그분이 내원했을 때, 다양한 검사와 설명으로 중풍 최고위험군이니 당장 치료할 것을 권유했었다. 보호자인 딸도 "요즘 들어 엄마가 자주 한쪽으로 넘어지고, 기억이 깜빡거리는 데다, 손에든 물건도 떨어뜨리세요"라며 바로 치료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환자 본인이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 거야"라고 소리치며 진료실을 박차고 나갔었다.

전화를 받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환자분이 우리 병원에 오실 수도 없고, 그 병원이 저와 모든 장비를 집중치료실 안에 들여보내 줄 리도 없고, 당연히 치료도 허락하지 않겠지요. 현재로서는 기다릴 수밖에요...."

산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뇌혈관질환에서는 선택의 결과가 너무 극단적이다.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

2200여 년 전에 나온 중국 최초의 의학서 「황제내경」에는 '이미 병 든 후에 치료하지 말고 병들기 전에 치료하라'는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이라는 경구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의 명의로 유명한 편작(扁鵲)은 「난경(難經)」에서 이를 '명의는 병들기 전에 치료하고, 보통 의사는 병든 후 치료한다'는 뜻으로 '상공치미병 중공치이병(上工治未病 中工治已病)'이라고 받았다.

발병 전과 후, 치료 타이밍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의사의 등급이 달라진다. 치료의 승부수는 빠른 진단에 있다.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가 있다. 병을 알고 미리 대처하면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중풍으로 쓰러진 경우, 응급대처를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첫 치료까지의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일컫는다. 일반적으로는 쓰러진 때로부터 3시간 정도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골든타임은 관점이 다르다. 중풍으로 쓰러지기 전과 후의 순간을 미세하게 쪼개어본다면, 그 시간은 0.1초도 안 된다. 쓰러지는 그 0.1초 전에 선제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 중풍은 아무것도 아닌 질병이 될 수 있다.

통뇌법은 중풍을 '먼저 발견해 먼저 쏘는' 저격수이다. 저격이 성과를 올리는 데는 격전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필자는 30여 년 동안 이러한 진료체계를 만들기 위해 분투해왔고 목표에 거의 도달했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며 '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고 했다. 중풍으로 쓰러진 다음에 격전을 치러 '약간의 회복'을 하지 말자. 중풍으로 쓰러지기 전에 저격을 해 아예 테러(중풍)를 없애버리자.

미국은 수백㎞ 우주에 떠 있는 첩보위성과 상공 20㎞를 체공하는 무인기, 그리고 정찰 드론으로 안면인식까지 해가면서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 있다. 그들이 테러를 하기 전에 핀포인트 저격으로 그들을 제거해 버린다. 작전이 완료된 뒤에는 DNA 검사 키트로 미국이 목표로 삼은 테러리스트가 맞는지 확인까지 하고 있다.
반(反)테러전에 첨단과학이 동원되는데 사람 살리는 중풍 치료의 진보는 너무 느려 보인다. MRI와 CT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늦는 것이다.

현대의학 체계 중 최고의 신뢰성을 갖춘 검사는 MRI와 CT를 통해서 한다. 최고가인 MRI는 뇌경색, CT는 뇌출혈에 특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도 중풍의 발병 가능성이나 발병 시기에 대해서는 깜깜이다. 왜 그럴까.

MRI로는 뇌혈관 협착과 꽈리(동맥류), CT는 뇌혈관 출혈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지만, 이를 찾아냈다고 해서 어느 때에 중풍이 온다고 특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예방도 하지 못한다. 현상 유지라는 목표를 위해 처방 약 '한 주먹'을 쥐어줄 뿐이다. 환자들도 한마디 한다.

"약 먹다 죽겠다."
맞는 소리다. 약 성분끼리 충돌이 나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현상 유지를 목표로 삼는 치료 풍조에는 기존의 검진체계에 대한 맹목적 의존이 깔려 있다. 이것이 '35분마다 한 명 사망'이라는 단일 질환 최대 사망률 1위의 오명을 중풍에 선사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