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 여성이 관련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서울시 고위 공무원 등이 압박성 연락을 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추행 피해 여성 A씨를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6일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일 A씨 고소사실이 알려진 이후 서울시 전·현직 고위 공무원과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중 일부가 당사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연락을 취한 이들은 "너를 지지한다"면서도 "정치적 진영론에,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을 하거나, "힘들었겠다"고 위로하면서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했다고 한다.
또 "너와 같은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친근감을 표시하며 “그런데 OOO은 좀 이상하지 않냐”며 특정인을 지목하는 일방적 의견도 제시했다고 한다.
특히 "문제는 잘 밝혀져야 한다. (그런데)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거야”라며 피해자 압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서울시가) 성차별과 성폭력을 책임 있게 조사, 예방하려면 사임하거나 면직된 전 별정직, 임기제 역시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이것이 2020년 7월 이후 서울시 민관합동조사단으로 가능한가"고 되물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박 시장 비서실은 성차별, 성희롱 및 성추행 등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시장실에서 그대로 들어가 샤워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 주어야 함. 샤워를 마친 시장이 그대로 벗어두면 운동복과 속옷을 비서가 집어 봉투에 담아 시장의 집에 보냄"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특히 박 시장은 건강 체크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쟀는데, 피해자 A씨가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냈음에도 박 시장은 “자기(피해자를 지칭)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 성희롱적 발언을 하며 해당 업무를 지속했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A씨의 경우엔 2016년 1월부터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지난해 7월에서야 근무지를 옮길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올 해 2월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이 왔을 때 A씨가 인사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고사하겠다고 얘기했으나 인사담당자는 문제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시장은 승진을 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원칙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A씨가 전보 요청을 하면 “그런 걸 누가 만들었냐. 비서실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며 A씨의 전보 요청을 만류하고 승인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 단체는 "서울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2차 피해 방지와 조사단 구성을 발표했지만 그간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사단 등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에 강력한 의문을 표한다"며 에 "서울시청 6층에 있는 증거보전 및 수사 자료를 확보 하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지속 ▲서울시,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부 등 책임 있는 기관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 ▲피해자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의 일방적 코멘트 중단 ▲언론의 대안 제시 역할 등도 요구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