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망설이는 질문,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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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장애의 사전적인 의미는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결함이 있는 상태'이다.

장애인은 누군가 자신이 가진 장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 한, 살면서 장애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나도 살아가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내가 가진 장애를 잘 이해할수록 나와 마주친 타인에게 나를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각장애가 있는 나는 겉으로 보이는 장애가 아니어서 오해를 받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냥 지나쳤을 때 상대방이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고 이야기하면, 미안해해야 하는 일이 아님에도 사과했던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나자마자 "청각장애인입니다. 말씀하실 때 입 모양을 천천히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보여주기 위해 늘 소지하게 되었다.

내가 나의 장애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당시다. 이름을 계속 불러도 뒤돌아보지 않자 짜증을 부리며 내 등을 찰싹 때리던 그 친구의 얼굴을 마주했을 때였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는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모르는구나'

어렴풋이 알아가던 청각장애를 사춘기 시절에 더 가슴 아프게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힘들게 공부했던 기억이 교육에 대한 갈증이 되어 문자 통역과 수어 통역을 지원해주는 대학교를 지원하게 되었다. 천안의 모 대학교를 찾아 입학 원서를 냈고, 합격해 4년 내내 학구열을 불태우며 대학 생활을 했다. 대학교 안에서 만난 청각장애 친구들은 대부분 수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나는 그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수어를 배웠다.

수어를 배우며 농인 문화를 이해할수록 나의 장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장애가 걸림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청각장애를 검색하면 결과는 대부분 보청기, 치료 등의 병리적인 내용이 많지만, 내가 깨달은 장애는 내 삶을 이해해가는 과정이었다.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수록, 타인에게 장애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수월해졌다.

대다수가 아직도 '청각장애인은 아예 듣지 못해 말도 못 하는구나'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청각장애를 충분히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그 길에서 내가 가진 장애로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으로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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