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언론의 관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교육·학술·종교
장세규 기자
veritas@cdaily.co.kr
"개신교, 세상 언론 상대할 대표창구 만들어야";적극적 변화와 자정(自净) 필요
▲ 지난 8월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과 한국교회의 만남'을 주제로 열린 열린토론마당에서 동아일보 송평인 노설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채경도 기자

일반 언론사들이 보는 개신교는 어떠한 모습일까? 그리고 갈수록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부각되고 안티들이 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야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사장 손인웅 목사)은 지난 8월 30일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언론과 한국교회의 만남'을 주제로 첫 번째 열린토론마당을 열었다.

기독일보는 이날 주제발표 내용을 최대한 게재하므로  한국교회가 일반적인 언론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할 지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한국 언론의 종교관련 보도행태를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 신문들은 일본이나 미국 등 외신들의 보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종교면의 비중이 크다.  외신들은 종교 관련 기사가  지극히 단신 수준으로 기사수도 지극히 제한적인 반면, 국내 신문들은 원칙적으로 1주일에 1번씩 한 면을 종교 기사에 할애하고 있다.

한국처럼 종교면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라는 것이 송 의원의 설명이다.

◆ '개교회주의' 개신교, 불교·천주교 비해 취재 어려워

일간지에 종교 기자가 있다고 해서 그가 각 종교별 사정을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어서 전문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종교별로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신문을 참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천주교나 불교의 경우는 가톨릭신문·평화신문과 불교신문·법보신문이 있어 종합적인 소식을 전하지만, 개신교는 교단지가 발달했을 뿐 종합적 개신교 소식을 전하는 신문이 발달하지 않아 특히 참조할 만할 것이 없어 취재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또 불교의 경우는 조직이 일원화 돼 있고 조직을 총괄하는 총무원 내에 홍보기구가 잘 돼 있어 취재가 편한 반면, 개신교의 경우 개교회주의에 입각해 취재창구가 너무 많고 취재에도 대부분 비협조적이어서 취재를 포기할 경우도 생긴다.

그나마 천주교는 대표성을 띈 서울대교구에 홍보신부가 따로 있어 그나마 취재창구가 마련돼 취재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홍보에 적극적인 불교의 경우는 부정적 기사보다는 긍정적인 기사가 많다는 것인 송 의원의 분석이다.

송 의원은 개신교의 대표성을 가진 기구가 사실상 대표성을 상실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있지만 둘 다 개신교를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한기총의 경우 연합기구로서 전문성도 부족해 이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평인 논설의원은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오늘날 개신교(이하 한국교회와 병행표기)가 세상 언론에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지를 ▲교회세습 ▲종교간 대화 ▲성직자 비리 ▲정교분리 등 4가지 키워드로 풀었다.

◆ '교회 세습'은 물신주의와 권위주의의 집약된 모습

세상 언론들은 우선 '교회세습'을 제일 큰 문제로 지적하고 이는 한국교회의 물신주의와 권위주의가 집약돼 표출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최초의 세습인 지난 1997년 충현교회(김창인 목사→김성관 목사)의 경우는 언론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 광림교회(김선도 목사→김정석 목사)의 경우는 세상 언론들은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세습은 피했지만 다른 형태로 전이된 소망교회나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도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 감리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 한국 대표적 교단이 모두 세습에 연루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는 교회 개척이 어려워지면서 대형교회를 본받아 중형교회들도 세습을 하고 있다고 송 의원은 지적했다.

교회세습은 1970, 80년대 부흥기에 성장한 교회들의 목회자가 2000년 무렵부터 하나 둘 은퇴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미국에서도 로버트 슐러 목사의 수정교회 등에서 세습이 이뤄지는 등 비슷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확신정도로 봐서 한국 개신교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다종교사회에서 교회 세습은 독신주의를 택하는 불교나 천주교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이어서 언론에 특이하게 비춰졌다.

송 의원은 언론에 긍정적으로 비친 사례도 꼽았다. 사랑의 교회(옥한흠 목사→오정현 목사)와 온누리교회(하용조 목사→이재훈 목사) 등에서 모범적 교회 승계가 이뤄진 경우와 서울영동교회(담임목사 정현구)처럼 처음부터 대형화를 피하면서 성도가 2000명 이상 되면 계속 분가시켜온 교회들도 있다고 전했다.

◆ '보수적' 개신교, 최소한 종교간 평화는 깨지 말아야…종자연도 문제

송 의원은 우리나라처럼 개신교-천주교-불교가 각각 비슷한 세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흔치 않은 경우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종교의 공존과 종교간 대화라는 주제는 불교나 천주교에 비해 개신교는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언론은 관성적으로 종교간 대화를 칭찬하고 그런 뉴스를 크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송 의원은 한국 교회의 주류인 보수적인 교단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되, 최소한 종교간 평화를 깨뜨리는 행위는 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무지는 오해와 증오를 낳는다"며 "불교에 대한 무지는 평신도들보다 목회자들이 더 심하다. 신학교에서 불교에 대해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기독교언론인포럼 이사장인 손인웅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채경도 기자

물론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을 내세워 불교계가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반대의 경우로 꼽았다. 종교간 평화를 개신교에서 깬 것이 아니라 불교에서 먼저 깬 경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한 발 나아가 "최근 사랑의교회 증축 시비 등도 종자연이 주도하고 불교계 언론와 조계종단이 합세해 집중 공격한 사례로, 이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성직자 '도덕성' 높이고, 미션스쿨 '재정자립' 나서야

송평인 논설의원은 심일교회 담임이었던 전병욱 목사의 여학생 신자 성추문 사건과 돈으로 집사나 장로직에 오르기 위해서 소정의 헌금(?)을 내야하는 행태를 예로 들며 '성직자의 성(性)과 돈과 관련된 비리'는 반드시 척결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언론들이 '정교분리(政敎分離)' 원칙에 입각해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의 '서울시를 봉헌한다'는 기도나 국가조찾기도회에서 무릎꿇고 통성 기도를 한 것은 공인으로서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대광고 사건에서부터 최근 명지고 사건까지 미션 스쿨의 종교 교육이 문제시 되고 있는데, 한국의 기독교 사립학교가 독자적인 종교 교육의 자율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조달하는 예산을 지금보다 훨씬 높힌 후에 가능할 것이라 진단했다.

◆ 언론과 교회의 관계는 '적절한 거리 유지'가 관건

송 의원은 한국 내 언론과 교회의 관계는 서양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양의 언론은 그것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세속의 가치를 대변하면서 기독교에 비판적 성향을 가진 것이 보통인데, 한국 언론의 경우 구한말 선교사들에 의해 전파된 개신교가 교육 의료분야 등의 근대화에 이바지했고, 일제 치하에서는 독립 운동에 참여했으며 광복후 정치적 압제의 시대에는 민주화에 공헌했기 때문에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 의원은 "오늘날은 기독교가 종교 고유의 영역 이외에서 사회에 기여할 만한 여지는 별로 없는 것이 문제"라며 “종교는 가능한 세속에 간섭하지 않고, 세속은 가능한 종교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때 논란이 됐던 수쿠크법(이슬람채권에 세제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종교적 논리가 아니라 경제적 논리에 따라 결정돼야 하며, 총선 때마다 시도되는 개신교정당 창당도 교인들 표를 끌어 모아 비례대표 1, 2석 차지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불순하고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맺음말로 송 의원은 미래에 지향해야할 교회와 언론의 관계는 종교와 세속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로 함께’ 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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