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6~7일 전주(전주제자교회)와 대전(신일교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교회의 생존’이라는 주제로 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포스트 코로나19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가치관’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불안과 염려에 휩싸여 있다”며 “이미 인류 역사 속에서도 다양한 전염병이 발생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기도 했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성찰과 반성이 없이 근대화를 이룬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몰고 왔다고 역설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형이 매우 심해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로 인해 완전한 종식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앞으로 우리의 삶은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삶이 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하겠지만, 코로나 이전의 모습과는 분명한 차이를 가질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이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본래 뉴노멀은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미국발 경제 위기 이후 5∼10년간의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이것을 코로나 상황에 적용한 것이 코로나 뉴노멀”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반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교회는 유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3개월 이상 예배당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온라인 예배나 가정 예배로 대체되면서 교회의 존재 이유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느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교회들을 중심으로 ‘조용한 전파’가 발생하면서 교회가 다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그리고 현장 예배를 드리지 않는 교회들은 그런 교회들대로 대부분이 온라인 예배를 드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른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은 한국 교회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신앙생활의 근본 이유가 무엇이고 교회의 존재 목적과 예배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며 “어느 목회자의 말처럼, 예배를 멈추니 예배가 보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이어오던 신앙생활을 한 걸음 멈추고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시기의 경험은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된 이후에도 신앙생활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을 의미한다”며 “바이러스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면역력이 약한 질환자나 노약자는 예배당 예배를 부담스러워하게 되어 예배 참석자가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주일 성수는 교회당에 가서 예배를 드려야만 인정된다는 고정관념이 바뀌어서 보다 다양한 형태로 예배를 드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존의 관행이나 고정 관념을 고수하기보다 예배와 헌금의 참뜻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예배당 중심의 신앙생활을 강조하기보다 공동체 예배와 개인의 삶으로서의 예배 사이의 균형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신앙의 실천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교회에 큰 위협이 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것을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신앙의 본질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신앙생활이나 관행에 따라 신앙생활을 하던 것으로부터 신앙의 본질을 이해하고 본질에 충실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회에 대한 공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이타심에 기초한 종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질병이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하류층의 사람들은 전염병에 매우 취약하다.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국가적으로도 보면 지금은 코로나19가 유럽과 북미 지역에 큰 피해를 주고 있지만,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로 퍼지게 되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희생을 낳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전염병으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며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은 절대로 혼자가 아니며 협력과 연대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뢰 회복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교회 공동체”라며 “자기희생의 규범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사회가 혼란하고 어려울수록 사회 곳곳에서 공적인 책임과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은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미래 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소비보다는 개인들 사이의 맞춤형 거래가 이루어지고 보다 다양한 형태의 경제 행위가 주를 이루게 될 것”이라며 “보다 다양화되고 있는 개인들의 취향이 중요시되고 있는 것처럼 종교와 신앙에 대한 욕구도 다양해질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신앙인들도 전통적인 가르침을 그대로 믿고 따르기보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신앙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특히 포스트모더니티의 영향으로 제도 종교보다는 탈제도적이며 개인 필요에 민감한 종교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 결과가 바로 ‘가나안 성도’의 출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도 이제까지 추구해 왔던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숙’과 함께 다양한 종교적 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교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현실에서 말로 전도를 하는 것 보다 삶을 통해서 본을 보이고 기독교의 참된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요즘 사회에 요청되는 전도 방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최근에 탈제도적 형태의 교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가정 교회들 외에도 평소 카페를 운영하여 일요일에 예배를 겸하는 경우나 지역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도서관 운영과 함께 교회를 실험하는 경우 그리고 음악을 나누며 공동체를 추구하는 하우스 콘서트형, 사무실이나 학원의 비는 시간을 이용해 기독교 공동체가 모이는 일터 교회 등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 “외형 뿐 아니라 교단이나 교회 정치 체제를 벗어나 독립적인 교회의 조직 틀을 갖추는 교회나 평신도 중심으로 모임을 갖는 교회, 일요일 오전이라는 교회의 전통적인 시간대를 탈피하여 모이는 공동체들도 있다”며 “이는 개인 중심의 영성 추구, 형식적 종교의식 보다는 의미와 관계 중심의 신앙 표현, 명목상 그리스도인의 증가에 대한 저항 등과 같은 새로운 가치 등을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이제 새로운 기준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기존의 제도적 관행을 깨고 본질을 바라보는 것”이라며 “교회주의를 넘어서 교회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결국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서는 것이고 그들이 모여서 거룩하고 능력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 사태는 제도와 형식에 매몰되어 신앙의 참뜻을 잃어가는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기존의 습관적인 신앙생활이나 형식화된 양태로는 참된 신앙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