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코로나19와 국제사회 원조 삭감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예멘에 긴급구호 기금 10만 달러(한화 약 1억 2천만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6년 차 접어든 내전으로 예멘의 의료 시스템은 기존의 절반 만이 운영되고 있다. WHO가 이끄는 보건분야 클러스터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예멘의 의료 서비스를 받은 아동의 수는 81% 감소했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남아있는 병원이 집중 치료 센터로 이용되면서 소아과와 같은 아동 진료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수천 명의 아동이 생존에 필요한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경고했다. 예멘 보건분야 지원을 위해 당초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 6억 2,700만 달러(한화 약 7,50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금이 조성되면서 인도적 지원 활동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는 의료시설도 보건 인력과 물자 부족으로 지난 1월부터 아동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공이 점차 줄어들어 5월부터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우선순위에 밀려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월 평균 450명 가량으로, 이 중 207명의 아동이 뎅기열이나 콜레라와 같이 예방 가능하나 치료받지 못할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질병에 고통받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5세 이하의 영양 실조 인구가 24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수 및 위생 서비스도 예산이 크게 부족해 지원을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이번 기금 지원을 통해 아동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의료적 지원을 유지하고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한 미 정부의 급작스런 지원 중단으로 보건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고 있는 예멘 북부지역에 의약품 및 의료 물품을 지원하여 58개 보건시설 운영이 중단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예멘 사다(Saada)에서 근무 중인 세이브더칠드런 아동보호담당자 마흐무드(Mahmud)는 “지난 주 집이 폭격을 당해 머리에 부상을 입은 11살 소년을 지원했다. 가족들은 4시간을 운전해 병원에 왔다. 처음 이틀은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이 늘어나고 병원의 물자가 부족해졌고, 결국 셋째 날에 아동이 사망했다”며 현장의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예멘 사무소장 자비에르 휴버트(Xavier Joubert)는 “아픈 아이를 데리고 의료 시설을 찾더라도 모든 이를 도울 만큼 자원이 충분치 않으며 의료진이 사용할 마스크와 같은 보호 장구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현지의 의료 상황을 전했다. 이어 “5년이 넘도록 수백만 명의 예멘 아동은 매일 생존을 위한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는 의료 시설도 규모를 줄여야 했으며, 영양 지원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아동에게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목격하고 있다. 라하즈(Lahj)와 하자(Hajjah) 지역에서 영양실조 비율이 11%에 달하며, 현장 팀이 영양 보급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기금 축소가 지속된다면 향후 수개월간 수천만 명의 아동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앞서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지난 2월 말 미 정부가 예멘 원조 중단을 예고함에 따라 인도주의적 위기가 가중될 북부 예멘에 긴급구호 기금 10만 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를 포함해 30개의 회원국은 예멘 내전으로 고통받는 아동과 가족을 지원하는 긴급구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5세 미만의 아동 약 244,536 명에게 급성 영양실조 진단과 치료식을 제공했다. 더불어 보건 의료 시설 240곳을 보수하고 16군데의 이동식 보건소를 운영하며 27곳의 병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콜레라, 디프테리아와 같이 아동의 생명에 치명적인 질병 확산을 막고, 아동 130만여 명을 포함한 약 240만 명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외에도 식수 위생 개선, 아동보호, 교육, 생계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동의 삶을 살리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