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8일간 75명 발생한 광주에 이어 전남도 생활 속 거리두기인 1단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한다.
2주간 하루 평균 50명 이상 지역사회 감염 확진자가 발생하고 집단 발생이 증가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한다는 전국 기준을 마련한 정부는 전국에 획일적인 거리두기 단계를 적용하는 대신 시·도 단위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대응하되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지역도 미리 병상과 인력 준비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일일 생활권인 한국에서 수도권에 이어 충청과 호남권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한 만큼 전국적으로 거리두기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 이어 전남도 오늘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전남도는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1~3단계로 거리 두기 기준과 실행 방안을 정한 이후론 지난 1일 광주시에 이어 두번째다.
광주시는 지난달 27일 광륵사 관련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4일간 23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달 1일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했고 전남도는 함평과 영광에서 광주 집단 감염 관련 환자가 1명씩 2명 발생한 5일 단계를 올리기로 했다.
2단계에 접어들면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대면 사적·공적인 집합·모임·행사가 금지(집합금지 행정명령)된다. 결혼식·장례식·동창회 등도 인원 기준을 충족할 때에 한해 허용된다.
다중이용시설은 공공부문의 경우 비대면서비스가 안 되면 운영을 중단한다. 민간시설의 경우 유흥시설 등 고위험시설은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명부 작성 등 방역수칙이 의무화되고 이용 인원도 평당 1명으로 제한한다.
학교는 원격 수업을 병행하고 등교수업도 인원을 축소해 밀집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전 인원의 절반에 대해유연·재택근무 등을 통해 밀집도를 줄여야 한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과 별개로 수도권은 5월29일 오후 6시부터 시행된 방역 강화 조치가 하루 확진 환자 한자릿수 추이를 보일 때까지 무기한 연장된 상태이며, 대전은 지난달 21일부터 미신고·무등록 방문판매업체 단속 등과 함께 2주간 대중교통 및 다중집합시설 이용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강력한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추진한 바 있다.
◈정부 "시도 단위 위험도 따라 거리두기 전략"
정부가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국이 아닌 시도 단위로 적용하는 건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까지 거리두기를 강화할 경우 되레 해당 지역 주민들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등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역 간의 격차를 도외시하는 전국 일률적인 방역조치는 오히려 해당 주민들의 긴장도를 낮추고 정부가 발표하는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게 만드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지역 사정에 걸맞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설정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본적으로 전국에 대해서는 동일한 위험도를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시도 단위로 위험도에 따라서 현장에 맞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도록 그렇게 전략을 짜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전국적으로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방역수칙에 대해서는 시도에 관계없이 동일한 지침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의 위험도 평가에서도 수도권 지역사회 감염 환자는 줄고 비수도권에서 늘었다. 6월21일부터 7월4일까지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46.9명이며 이중 지역사회 일평균 확진자 수는 31.1명으로 되레 그 전 2주 36.8명보다 5.7명 감소했다. 비수도권에서 3.4명에서 11.7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한 반면 수도권에선 34.4명에서 19.4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위험도 한꺼번에 평가 어려워…환자 없어도 미리 준비는 해야"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는 전국 단위로 시행할 때 크겠지만 단계 자체는 시도별로 대응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 전문)는 "전국적으로 하게 되면 효과는 좋겠지만 '언제까지 할 거냐'를 정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라며 "수도권이나 광주 같은 경우는 굉장히 빠르게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2단계를 발동하는 게 맞지만 전국 위험도를 한꺼번에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3단계로 구분하면서 내건 1단계 목표는 일일 확진자 수가 지역사회 환자를 중심으로 50명 미만이고 감염 경로 불명 사례 비율 5% 미만, 관리 중인 집단 발생 현황 감소 또는 억제, 방역망 내 관리 비율 증가 또는 80% 이상이다.
2단계로의 전환은 지역사회 환자가 2주간 50명~100명 미만이거나 집단발생이 지속해서 증가할 때다. 최근 2주간 상황을 보면 지난달 21일 오전 0시 이후 이달 5일 오전 0시까지 총 670명, 하루 평균 47.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중 지역사회 감염 환자는 442명으로 하루 31.6명이다. 이러한 전국 기준만으로 코로나19 위험도를 평가할 경우 광주나 전남처럼 집단 감염이 급속도로 늘어난 지역에서의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기 교수는 "수도권에서 줄어드는 것 같더니 대전을 거쳐 전북에 광주까지 갔는데 그 지역들은 환자 발생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준비가 상대적으로 안 돼 있었다"며 "갑자기 환자가 늘어나니 역학조사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힘들 것이다. 환자가 나오지 않은 지역에서도 관리 수준을 검토해보고 대응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1단계 수칙 안 지키는 국민 많아…선제적 거리두기 강화 필요"
반면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을 시도 단위가 아닌 전국적인 상황으로 보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통해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의 교통량이나 이동량을 보면 정부의 1단계 조치를 현장에서 국민들이 지키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수도권과 대전, 광주에서 번지는 걸 봐선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스스로 제시한 수치·통계 기준에 얽매일 게 아니라 아직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집단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최근 광주 집단 감염 사례를 보면 밀폐·밀집한 환경과 함께 상대적으로 안이한 방역수칙 준수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륵사와 관련해 집단 감염이 확인된 개척교회에선 신도들이 지하에서 취사를 했고 대형교회는 900여명이 방문한 예배 행사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등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광륵사와 관련해 확진 환자가 지난달 27일부터 9일 동안 80명(5일 낮 12시 기준) 발생했다.
김 교수는 "최근 집단 감염 사례를 보면 환자 발생이 없다보니 교회나 절에서 마스크 착용 등 수칙이 안 지켜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방심하고 더 확산이 된 상태에서 뒤늦게 환자가 발견된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경각심을 높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뉴시스